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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공습 보며 죽겠구나 생각”… 극적 이란 탈출 ‘안도’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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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한국인들 속속 귀국

이란 女배구 이도희 감독·교민 등
주이란 한국대사관 지하에 대피
“통신망 끊겨 가족과 연락도 못해”
비상식량 먹으며 20시간 버스 이동
이스탄불서 우여곡절 항공편 탑승

우리 교민 2만여명 아직 체류 중
정부, 합동대응팀 파견·출국 지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지역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일부 국민이 속속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폭격을 가한 이후 미국은 자국민 대피 등을 지시했고, 이란 주변국을 비롯한 중동지역에 남아 있는 한국인들은 자력으로 탈출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이란 지역에 있던 한국인들을 일부 대피시켰다.

 

5일 오후 7시쯤 이란에서는 이란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이도희(58) 감독을 포함해 교민과 대사관 직원 등 한국인 24명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 근무 7개월 차인 김나현(35)씨는 “버스에서 에너지바 등 비상식량을 먹으며 20시간 넘게 이동했다”며 “새벽에 출발해 화장실 가는 시간 10분씩 2번을 제외하고 계속 이동만 했다”고 회상했다. 대사관 근처에서도 포탄 소리가 들리면서 불안했다고도 했다. 김씨는 “통신망이 차단되면서 한국의 가족들과도 연락할 수 없었다”며 “공습 때 맨눈으로도 연기가 보였고 소리가 심했다. 무사히 도착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중동 정세가 악화하는 가운데 5일 중동을 방문했던 여행객 및 기타 이용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중동 정세가 악화하는 가운데 5일 중동을 방문했던 여행객 및 기타 이용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차로 6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었던 이 감독은 짐도 꾸리지 못한 채 주이란 한국대사관에서 이틀을 묵었다. 이 감독은 “대사관 근처 폭격 때 폭발음이 매우 커 ‘죽는 건가’ 생각했다”며 “함께 있던 교민들도 긴장해 다 같이 대사관 지하에 대피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와 대사관이 빠르게 대처해 줘서 무사히 올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란 체류 한국인 20여명은 지난 3일 오전 테헤란에서 출발해 전날 저녁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대피했다. 김씨를 포함한 사우디아라비아 주재원 등 한국인 10여명은 육로로 이스탄불까지 이동한 뒤 같은 항공편으로 함께 귀국했다.

 

중동지역엔 아직 한국인들이 여럿 남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중동 10여 개국에는 단기체류자 4000여명을 포함해 우리 국민 약 2만1000명이 체류 중이다. 카타르 도하에 사는 20대 여성 교민 A씨는 현지 상황에 대해 A씨는 “UAE나 사우디는 영공이 열려 비행기가 뜨지만 카타르는 (지난달 28일 이후) 아직도 폐쇄되어 있고, 열릴 계획도 아직 없다”면서 “육로로는 사우디로만 이동할 수 있는데 도착 비자가 3차례나 거절돼 국경에 가면 미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과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객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8세 아들과 70대 장모와 함께 두바이 여행을 떠났던 김모(43)씨는 “왜 한국만 직항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항공사 연락도, 환불도 안 됐다. 카드 한도 초과로 예매가 어려웠는데 표 가격은 분 단위로 올랐다”고 말했다.

직접 찍은 폭격 사진 중동을 방문했다 귀국한 한 여행객이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직접 찍은 폭격 사진 중동을 방문했다 귀국한 한 여행객이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중동 정세가 악화하는 가운데 5일 중동을 방문했던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중동 정세가 악화하는 가운데 5일 중동을 방문했던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중동에 발이 묶인 국민들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면서 “(군 수송기를 동원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것이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일지 실무적으로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현재로선 비행편 재개가 지체될 경우에 대비해 전세기나 군용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국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두바이에 체류 중인 5개 여행사(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참좋은여행·여기어때투어) 패키지여행객은 525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으로 114명이 두바이를 떠나 대만 타이베이와 중국 광저우 등을 경유해 이날 입국했거나 6일 인천공항으로 들어온다. 두바이에 체류하던 관광객 525명 중 이미 귀국하거나 항공편을 확보한 고객은 총 415명으로 집계됐다. 110명은 아직 항공편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