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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용 액션 전락한 대전·충남 통합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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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방선거용으로 전락했다. 내용은 사라지고 흑색선전과 선동만 난무하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얘기다.

대전시청 앞은 연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의 기자회견장이 되고 있다. 단식 농성장이 들어섰고 삭발식도 열렸다. 사실상 물 건너 간 대전·충남 통합 책임을 두고 여야의 ‘네 탓 공방’은 장외투쟁으로 확장됐다.

강은선 사회2부 기자
강은선 사회2부 기자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대전·충남 통합 속도전은 6·3 지방선거 코앞에서 멈추게 됐다. 3월 임시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2개월간 통합을 주도해 온 민주당은 통합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국민의힘 탓이라며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를 ‘매향노’라고 저격했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도 단식·삭발쇼를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재정·권한 없는 ‘빈껍데기 법안’ 갖고 사기친다며 시·도민들에 사과하라고도 요구했다.

민주당은 통합이 무산되면 ‘4년간 20조와 공공기관 이전’ 혜택이 사라진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통합과 별개 의제인데도 통합법에 포함시키고는 통합하지 않으면 다른 시·도에 밀려난다고 압박한다.

정작 시민들은 체감하지도 못하는 숫자보단 행정통합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이다. 왜 통합해야 하는지 시민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정치인도 없다.

정치권과 시민의 괴리감이 큰 건 행정통합만이 아니다. 민주당이 시청 앞에서 일주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시민들은 인도를 점령한 농성장이 불쾌하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삭발 충격도 떨어진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아서다.

지난 4일 집단 삭발식을 한 일부 민주당원은 앞서 삭발한 박범계 의원의 지역구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자들이다. 그중 한 명은 삭발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이발’ 수준으로 머리를 깎고는 ‘결기를 다졌다’ 한다.

길 위 투쟁을 벌이는 건 정치권만이 아니다. 통합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길 위에 섰다. 정치권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어리둥절함만 남는다. 행정통합 속도전만큼이나 삭발과 단식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