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겉으로는 풍요로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깊은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의 데이터는 수치 그 이상의 서늘한 경고를 던진다.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4점이다. 2년째 제자리걸음이며, OECD 38개국 중 33위라는 최하위권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우리 사회의 중추인 ‘40대’의 지표다. 이들은 경제 활동의 핵심이자 가정의 기둥이지만, 정작 본인들의 몸과 마음은 한계치에 다다른 모습이다. 40대 비만율은 44.1%로 전년 대비 6.4%p 급등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대와 30대의 비만율이 오히려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야근과 회식, 운동 부족이라는 직장인의 굴레가 40대에게 가장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회적 관계망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사회단체 참여율은 전년 대비 8.9%p나 급락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크게 낮아졌다. 직장과 가정을 오가는 틈바구니에서 타인과 교류할 여유를 잃어버린 셈이다. 실제로 사회적 고립도는 33.0%에 달해, 세 명 중 한 명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는 외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
경제적 양극화는 삶의 질을 가르는 결정적 잣대가 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381만 원으로 늘었지만 상대적 빈곤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평균의 함정’ 뒤에 가려진 소득 불평등이 국민 개개인의 체감 행복도를 깎아먹고 있다. 특히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만족도는 5.8점에 그친 반면, 고소득층은 평균을 웃돌며 확연한 온도 차를 보였다.
기관에 대한 불신도 깊어졌다. 정부와 국회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49.6%로 떨어지며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공동체를 지탱하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50% 아래로 추락한 점은 사회적 통합 측면에서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결국 데이터가 말하는 결론은 하나다. 경제적 성장 수치만으로는 국민의 불행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낀 세대’로서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 고용 불안의 삼중고를 겪는 40대의 ‘삶의 에너지’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배가 순항하려면, 엔진 역할을 하는 이들의 건강과 심리적 여유를 더 이상 개인의 희생으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