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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보다 먼저 돈이 움직였다”…봄 여행 9000만건 ‘꽃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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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남해안 유채꽃부터 시작된 ‘개화 릴레이’…관광객 몰려
숙박·외식 매출 일부 관광지서 20~30% 증가…SNS가 바꾼 명소 지도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조사…봄철 국내 여행 이동 9000만건

아침 공기엔 여전히 시린 기운이 섞여 있지만,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이미 분홍빛이다. 경남 창원 진해구의 벚나무 가지마다 연분홍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의 긴장감을 머금었다.

 

전라남도 순천 선암사에 홍매화가 만개해 봄 기운을 전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라남도 순천 선암사에 홍매화가 만개해 봄 기운을 전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점심시간 여의도 윤중로를 걷던 직장인들은 벌써 휴대폰을 들어 앙상한 가지 끝 ‘봄의 신호’를 담기 바쁘다. 꽃은 아직 만개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남쪽 여행지로 향하고 있다.

 

◆‘꽃 이동 경제’가 깨운 지역 상권

 

대한민국의 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넘어 거대한 ‘소비 이동’의 계절이기도 하다. 꽃이 피는 시차를 따라 여행객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개화 릴레이’가 시작되면서 봄꽃 관광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소비가 동시에 움직인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봄철(3~5월) 국내 여행 이동 건수는 약 9000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벚꽃 개화 시기에는 주요 관광지 숙박 예약이 평소보다 크게 증가하고, 일부 관광지 상권에서는 매출이 평시 대비 20~30% 늘어나는 사례도 나타난다.

 

여행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꽃 개화 시기에 맞춰 숙박·외식·지역 특산물 소비가 동시에 증가하는 ‘꽃 관광 경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벚꽃 가고 유채·튤립…끊이지 않는 ‘개화 릴레이’

 

최근의 봄 여행은 특정 시기에 몰리던 과거와 달리 ‘릴레이’ 형식을 띤다.

 

3월 제주와 남해안의 노란 유채꽃을 시작으로 4월 전국을 뒤덮는 벚꽃, 5월 태안과 용인의 튤립과 철쭉으로 이어지는 ‘봄꽃 관광 시즌’이 이어진다.

 

지자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진해 군항제와 제주 유채꽃 축제는 매년 수십만에서 수백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대표 봄 축제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꽃을 구경하는 수준을 넘어 숙박과 외식, 지역 특산물 소비로 이어지는 지역 관광 수요를 끌어내는 핵심 이벤트가 됐다.

 

◆SNS가 재편한 ‘신(新) 꽃 지도’

 

이 같은 열풍의 배경에는 SNS의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숏폼 영상 플랫폼에서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이 이름 없던 시골 마을의 꽃길을 단숨에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기도 한다.

 

과거에는 유명 관광지 중심의 여행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사진 촬영과 콘텐츠 공유가 쉬운 장소가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상남도 거제시 공곶이에 수선화가 활짝 피어 상춘객을 맞이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경상남도 거제시 공곶이에 수선화가 활짝 피어 상춘객을 맞이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여행업계 관계자는 “SNS에서 화제가 된 꽃길이나 전망대가 갑자기 관광 명소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까지 관광 수요가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꽃은 피어있는 시간이 짧다. 그 찰나의 순간을 붙잡기 위해 사람들은 더 서둘러 움직인다. 꽃잎이 흩날리는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서는 순간, 봄 여행의 계절이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