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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은퇴유학 일기 ‘신들의 물고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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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물고기를 찾아서
황선도/씨콤/3만원

누구나 은퇴를 말하지만, 아무도 ‘어떻게 홀로 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등을 통해 우리 바다의 생태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던 해양생태학자이자 물고기 박사인 저자가 이번에는 연구실 밖, 지중해의 낯선 섬 몰타에서 그 답을 찾아 나섰다.

 

은퇴자를 상대로 한 각종 조사에 따르면 은퇴자들이 실제로 많이 하는 여가 활동은 TV시청이나 산책 같은 일상 활동이지만, 향후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는 여행·관광을 꼽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은퇴자 및 예비 은퇴자의 절반가량이 은퇴 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저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여행이 끝난 뒤의 그 많은 시간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저자의 답은 ‘은퇴유학(遊學)’이었다. 그가 말하는 유학은 머물러 배우는 ‘유학(留學)’이 아니라, 길 위에서 보고 익히는 ‘유학(遊學)’이다. ‘놀며 배우고, 배우며 노는 마음’으로 떠난 지중해는 그에게 두 번째 학교가 됐다.

 

황선도/씨콤/3만원
황선도/씨콤/3만원

‘몰타에서 온 은퇴유학(游學)일기’가 부제인 이 책은 일상적인 여행기가 아니라 은퇴한 해양생태학자가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에서 언어와 문화, 생존의 감각과 사람을 다시 배우며 ‘두 번째 서른 너머’를 살아낸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의 바다를 연구해 온 저자는 은퇴 후 떠난 몰타에서 낯선 환경과 마주하며, 오히려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다. “이미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담담한 선언으로 시작된 여정은 골목길과 어학원, 다국적 친구들과의 저녁 식탁, 그리고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잇는 지중해 여행으로 확장된다.

 

책은 개인의 체류기를 넘어, 해양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중해와 한반도 바다의 생태 비교, 바다 음식 문화, 지속 가능한 어업과 문화 생태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통찰을 담아낸다. 특히 지중해의 물고기보다 우리 바다의 생태가 더 풍부하다는 발견은 독자에게 예상치 못한 울림을 전한다. 몰타의 뜨거운 햇살과 블루 그로토의 푸른 빛, 피렌체의 골목과 아테네의 아고라를 지나며 펼쳐지는 사유는 여행의 감상에 머물지 않고 삶의 방향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책을 통해 건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가라. 낯선 곳에서 다시 배우라. 그곳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