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단독] ‘북향민’ 영문 표기 두고 통일·외교 엇박자?…국제 사회 혼선 우려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외교부가 6일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새 명칭인 ‘북향민’의 영문 표현을 공식 문서에 도입할지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 탈북민의 정체성과 성격을 알릴 수 있는 영문 명칭을 정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탈북민 관련 대외 메시지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통일부가 발표한 북향민의 영문 표현인 ‘노스 코리안 본 시티즌스’(North Korean-born citizens·북한 출생 시민)’에 대해 “통일부가 북향민의 영문 표현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며 “현재 공식 명칭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제기되는 만큼, 향후 공식 명칭 변경 여부 등에 대해서는 여론 수렴 과정을 지켜보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명칭 변경 과정에서 외교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 유엔 등 국제기구나 공식 문서를 작성할 때 해당 용어를 당장 도입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법령상 공식 명칭인 탈북민 영문 표현은 탈출자, 이탈자의 뜻을 포함한 ‘노스 코리안 디펙터스(North Korean defectors)’, ‘레퓨지스(refugees)’ 등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답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답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통일부는 전날 탈북민 대신 정부 공식문서와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북향민 영문 표현을 노스 코리안 본 시티즌스로 발표했다. 표현에는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면서도 남한 헌법·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동등한 시민이란 뜻을 담았다. 기존 ‘탈북민’의 부정적 어감을 줄이고 사회통합을 꾀하자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한국 시민’임이 부각되면서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피해자’로서의 상징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탈북민 정책을 주로 수립·집행하는 부처는 통일부지만, 유엔(UN·국제연합) 북한인권결의안 참여·채택 등 탈북민 관련 대외 대응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는 외교부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달 6일 방한 중 기자회견을 열고 “북향민의 정식 영문 번역어를 기다려보겠다”고 관심을 표했다. 그런데 외교부와 통일부가 국제기구나 외국 정부와의 회담 등에서 탈북민을 서로 다른 용어로 사용한다면 정부 메시지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그간 두 부처가 대북정책을 두고 엇박자를 낸다는 인상을 준 만큼 이번 북향민 영문 표현 결정 과정 역시 부처 간 입장 차이를 드러낸 사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통일부는 북향민이 아직 법률상 공식 용어가 아닌 만큼 외교부와 별도 협의를 진행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일상 용어로서 ‘북향민’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외국인들에게 명칭 사용의 취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영문 표현을 검토해 결정했다”며 “영문 표현과 관련해선 외교부 등 북향민 정착지원협의회 소속기관에 사용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