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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만 130만원 더”…핸들 꺾는 화물기사들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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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새벽 도로를 가르는 트레일러의 헤드라이트가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주유기 계기판의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기사들의 한숨도 깊어진다. 일주일 전 리터당 1500원대였던 경유 가격이 자고 일어나면 앞자리를 바꾼다. “기름 넣기가 무섭다”는 말이 엄살이 아닌 생존의 절규가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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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90.73원을 기록하며 1900원선 턱밑까지 차올랐다. 지난달 넷째 주 평균 1594.1원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300원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현장의 체감 온도는 더 차갑다. 21톤 화물차를 모는 허모(32) 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320리터의 경유를 채운다. 불과 얼마 전까지 45만원 안팎이면 가득 찼던 탱크가 이제는 56만원 수준을 줘야 간신히 채워진다. 허씨는 “한 번 주유할 때마다 10만원 넘게 차이가 나니 한 달이면 120만~130만원이 고스란히 추가 비용으로 나간다”고 토로했다.

 

트레일러 기사 백모(58) 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하루 12시간 이상 500km를 달리는 그는 월 매출 1500만원 중 기존에도 500만원을 기름값으로 썼다. 하지만 이번 달은 상황이 급변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해 주유비로만 62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할 처지다.

 

“차량 할부금, 정비비, 세금 떼고 나면 순수익이 500만원 정도였는데, 여기서 기름값이 120만원 더 나가면 300만원대로 주저앉는다”는 것이 백씨의 설명이다. 그는 “4인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데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기름값이 올랐다고 운임을 더 주겠다는 화주사는 단 한 곳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 급등은 화물 기사들의 생계를 넘어 물가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화물 운송비 상승은 시차를 두고 농축산물과 외식 물가 등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리는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현장의 기사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전에 그치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백씨는 “두세 달 정도면 200만원 손해 보고 버틴다 하겠지만, 중동 정세가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데 장기화하면 정말 답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도 화물 기사들은 기름값이 찍힌 주유 영수증을 손에 쥔 채, 깎여 나간 소득만큼 무거운 마음으로 고속도로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