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남정훈 기자] 아, 오타니...아, 스즈키...일본전 선발 중책을 맡고 마운드에 오른 ‘고퀄스’ 고영표가 현역 메이저리거 두 명에게만 홈런포 3방을 맞았다.
고영표는 7일 일본 도쿄도 분쿄구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C조 조별리그 2차전 일본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2.2이닝 3피안타(3피홈런) 1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고전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지현 감독은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일본을 상대로 선발 투수를 누굴 올릴지 고민 끝에 고영표를 낙점했다. 류 감독은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키나와 캠프 때부터 우리의 훈련 과정을 취재한 분이라면 어느 정도 느낌을 알고 계실 것이라 본다. 우리 플랜의 A,B,C,D에서 지속적으로 변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을 해왔다. 오키나와 캠프의 마지막 턴 정도였던 것 같다. 그때 다시 한 번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왔고, 조금 수정이 있었다. 고영표가 한일전 선발투수로 나가는 게 가장 좋겠다고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숙명의 라이벌 한일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은 고영표는 “잘 때마다 감독님이 왜 내게 일본전을 맡겼는지 고민해왔고, 나름대로 답을 찾았다”며 묵묵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한국 타선이 고영표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현역 메이저리거 좌완 기쿠치 유세이를 상대로 1회에만 이정후의 적시타, 문보경의 2타점 적시 2루타 등 안타 4개로 3점을 뽑아준 것.
그러나 고영표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일본의 리드오프로 나선 오타니 쇼헤이에게 볼넷을 내준 고영표는 곤도 겐스케는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날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그러나 1사 2루에서 스즈키 세이야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체인지업이 가운데 몰렸고, 지난해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32홈런을 때려낸 스즈키는 이를 놓치지 않고 밀어쳐 도쿄돔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로 연결했다.
흔들릴 법 했지만, 고영표는 요시다 마사타카와 오카모토 카즈마를 잡아내며 1회를 마쳤다. 2회엔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기쿠치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앞서는 듯 했다.
그러나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또 다시 만난 오타니와 스즈키를 넘어서지 못했다. 1사 상황에서 상대한 오타니에게 던진 몸쪽 체인지업이 잘 들어갔지만, 오타니는 이를 받쳐놓고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3-3 동점.
이어 곤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사를 잡아낸 고영표. 그러나 또 한 번 스즈키의 벽을 느껴야 했다. 스즈키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 몰렸고, 스즈키는 이를 또 한 번 잡아당겨 좌중간을 넘겼다. 연타석 홈런이었다.
결국 류지현 감독은 고영표를 내리고 조병현을 올리며 항전의 의지를 내비쳤지만, 조병현마저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의 요시다가에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고 말았다. 3-5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이렇게 또 역전패 분위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유이한 메이저리거 중 하나인 김혜성의 방망이가 일을 냈다. 4회 선두타자 김주원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박동원이 삼진을 당했지만, 김혜성이 기쿠치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토 히로미의 5구째 몸쪽 높은 포심을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김혜성의 WBC 첫 안타는 투런포였다. 5-5로 다시 한 번 일본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 ‘류지현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