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우리 애 통통하긴 한데… 지방간이요?” 회복 첫걸음은 ‘콜라 끊기’ [건강+]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소아 비만 뒤 ‘지방간 경고등’

비만아동 40% 발병… 원인과 치료법은

대부분 별다른 증상 느끼지 못 해
방치하면 간염·간경화·간암 우려

같은 정도 비만이어도 ‘지방간’ 땐
당뇨·심혈관 질환·간경변 고위험

초기엔 체중 조절만으로 회복 가능
탄산음료·초가공식품 섭취 줄여야

최근 소아청소년 비만이 빠르게 늘면서 지방간을 동반한 대사질환 위험이 새로운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정도로 살이 쪘더라도 어떤 아이는 간 기능이 정상인 반면, 어떤 아이는 지방간과 당뇨 전 단계까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소아 지방간을 단순히 살이 쪄서 생긴 간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몸 전체 대사 기능 이상을 알리는 경고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간섬유화나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하다. 지난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인혁 교수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소아청소년 지방간의 원인과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최근 소아청소년 비만이 빠르게 늘면서 지방간을 동반한 대사질환 위험이 새로운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소아청소년 비만이 빠르게 늘면서 지방간을 동반한 대사질환 위험이 새로운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아 지방간, 단순 비만 아닌 ‘대사질환 적신호’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방간은 간세포 내 중성지방이 5% 이상 쌓인 상태를 말한다. 오른쪽 윗배 통증이나 피로감, 전신 권태감 등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방치 시에는 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대사 질환이다.

전 세계 소아청소년의 7~14%가 지방간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만 아동으로 범위를 좁히면 유병률은 30~50%까지 높아진다.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비만 아동의 40% 이상에서 지방간이 나타나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병원을 새로 찾는 소아청소년 환자만 매년 1만명이 넘는다.

 

이처럼 비만은 음주만큼이나 지방간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지방간을 단순히 비만의 결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두 질환의 관계는 일방향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방향에 가깝기 때문이다. 비만 때문에 간에 지방이 쌓이지만, 지방간이 비만과 대사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방이 축적되고 염증이 발생한 간은 근육과 지방 조직의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헤파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비정상적으로 분비한다. 이로 인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고 간에 지방이 더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2023년 세계 간학회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명칭을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질환(MASLD)으로 바꾼 것도 질환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이전 명칭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에 초점을 둔 ‘배제 기준’이었다면, 새 이름은 대사 기능 이상이라는 핵심 원인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즉 지방간은 단순히 살이 쪄서 생긴 간 문제만이 아니라 몸 전체의 대사 기능 이상을 보여주는 신호다.

 

같은 비만이어도 지방간이 있는 아동은 당뇨병·심혈관질환·간경변 등의 위험이 훨씬 높다. 실제로 2024년 스웨덴에서 진행된 대규모 소아비만 코호트 연구에서는 지방간이 있는 비만 아동의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2.7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 교수는 “지방간은 단순히 살이 쪄서 생긴 문제가 아닌 몸 전체의 대사질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라며 “같은 정도로 비만이어도 지방간이 있는 아이는 당뇨병, 심혈관질환, 간경변의 위험이 훨씬 높은 대사질환 고위험군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소아 지방간, 체중 조금만 줄여도 호전 가능

다행히 지방간은 초기 단계에서는 충분히 회복이 가능한 질환이다. 간 수치는 다른 합병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응해 비교적 적은 체중 감량만으로도 간 상태가 개선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체중의 3~5%만 줄여도 간에 축적된 지방이 감소하기 시작하고 7~10% 감량하면 염증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체중이 80㎏인 아동이라면 2~4㎏ 감량만으로도 간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탄산음료나 가당 음료 섭취를 줄이고 초가공식품 섭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액상과당이 포함된 음료는 간에서 지방으로 빠르게 전환돼 지방간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운동 역시 처음부터 강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하루 20분 정도 걷기 같은 가벼운 신체활동부터 시작해 활동량을 점차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질환 진행 속도다. 지방간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지만 염증이 지속되면 간세포가 손상되고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다. 소아 지방간염 환자를 추적한 연구에서는 약 3분의 1이 2년 이내 조직학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유로 지방간은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비만 아동은 MASLD 선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과체중 아동도 고혈압, 당뇨 전 단계 등 위험 인자가 있으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10~12세부터 1년에 최소 한 번은 간 수치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간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지방간은 아니다. B형 간염, 자가면역 간염 같은 다른 간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류 교수는 “아이들은 성인보다 회복력이 좋아 체중이 조금만 줄어도 간 수치가 빠르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 이상이 발견됐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