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벼락거지 면하려 주식 뛰어든 개미… 중동 전쟁에 ‘패닉’ [마이머니]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롤러코스터 탄 증시

두달 새 코스피 50% 급등 뒤 급락
중동전쟁 등 변수에 투자심리 급랭
개인 17조 순매수, 외인·기관 매도

“월급으로 집 못사” 빚투잔고 32조
JP모건 “충격 일시적” 낙관론 전망
11일 美 CPI·PCE 지표가 ‘분수령’

“‘벼락거지’를 면하러 국내 주식에 뛰어들었는데, 전쟁 때문에 온통 파란불이네요.”

 

최근 요동치는 코스피를 두고 각종 주식 토론방이 아수라장이다. 코스피가 두 달 만에 2000포인트가 오르자 ‘포모(FOMO·소외 공포)’가 확산되며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코스피 고점 달성 며칠 만에 중동 전쟁이 증시에 찬물을 끼얹으며 개인투자자들은 그야말로 공황 상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공포 심리가 과도하다면서도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물가지표가 코스피 단기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수, 최악 우려 선반영… 저점 확인한 듯”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6244.13) 대비 659.26포인트(10.56%) 하락한 5584.87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에 하루 만에 12.06%가 하락하는가 하면 9.63% 오르는 날도 나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졌다.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16조8970억원 매수 우위를 보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4조1265억원, 3조7490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가 증시 급락에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본질적으로는 코스피 단기 급등에 대한 조정 성격이 강했다고 해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급락은 2026년 조정 없이 2개월간 50% 급등한 뒤 누적된 피로가 한 번에 분출된 과열 해소 성격이 짙다”면서 “하락 시 기록한 5059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8.06배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력한 밸류에이션 지지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역시 국내 증시가 최근 급등락한 상황에서도 상승 여력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일 올해 코스피 지수 목표치를 6400에서 7000으로 상향하면서 “(코스피는) 과거 지정학적 위기 사례에서 충격 이후 3∼12개월 내에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슬라브 마테이카 JP모건 애널리스트도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이번 충돌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고, 유가 급등 역시 시간이 지나며 완화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월급 안 바뀌니… 믿을 구석은 주식뿐”

 

최근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투자 열기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지난달 10∼1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6.4%는 여윳돈이 생긴다면 주식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다양한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릴 것이라는 응답도 41.8%로 기존 자산을 유지하겠다(35.8%)는 응답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 열기의 이면에는 자신의 미래 소득이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경제적 불안감이 작용했다. 응답자 79.2%가 ‘돈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에 동의할 만큼 대부분 돈이 중요하다고 느꼈지만, 이들 60.0%는 ‘현재 자신의 경제적 수준 및 상황이 불안한 편’이라고 답했다. 향후 ‘한국 사회에서 만족할 만한 소득을 얻지 못할 것 같다’는 말에도 51.2%가 동의했다.

 

결국 경제적 불안을 떨치기 위해 개미들이 택한 것은 주식시장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1∼3일 성인남녀 1000명에게 물은 결과 1년 전보다 가계형편이 좋아진 응답자 대부분은 자산·투자수익 증가(42.9%)를 꼽았다. ‘취업·일자리 개선’(10.9%)이나 ‘임금 인상 또는 매출 증가’(9.7%)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입사 6개월 차 직장인 김연수(27)씨는 지난 4년간 모은 아르바이트 월급을 국내 우량기업 주식을 사는 데 털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기들도 어차피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없으니 방법은 주식뿐이라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빚으로 투자’(빚투)는 일상이 됐다.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5일 기준 33조694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 27조2864억원에서 올해 들어서만 약 23% 급증한 액수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를 막은 상태다.

 

◆“일희일비 경계… 미국 경제지표 향방 주목”

 

전문가들은 공포에 따른 성급한 매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향후 시장의 시선은 예측 불가능한 중동 정세에서 점차 거시경제 지표로 이동할 전망이다.

 

특히 핵심은 미국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할 고용·물가 지표다. 11일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3일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된다. 지표가 시장 예상치와 부합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관망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예상보다 물가가 높게 나타난다면 금리인하 기대감은 후퇴하고 달러 강세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

 

이미 중동 사태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고조된 만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에 근접할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서며 주가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

 

김유미 이코노미스트는 “중동발 불안으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확대된 점까지 고려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더욱 약화할 수 있어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는 당분간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 모멘텀과 인공지능(AI) 주도주의 반등 흐름이 지수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당이 ‘주가 누르기 방지법’ 개정안 상정을 계획하고 있고, 주요 운용사의 코스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에 따른 수급 유입 기대감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 확산 우려가 완화되며 시장이 극단적 우려에서 벗어나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등 낙폭과대 업종 중심의 반등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쟁 관련 뉴스에 일희일비하기 쉬운 장세지만, 실적과 밸류에이션 등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은 훼손되지 않았으며 전쟁에 대한 주식시장의 학습효과도 발현되고 있다는 점에 중심을 두어야 할 시점”이라며 “움직임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최소 관망 혹은 주도주 조정 시 매수 전략으로 대응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