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에 육박한 채 장을 마감한 가운데 이란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당분간 고환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달 원·달러 환율 일일 변동성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란전쟁 발발 후 첫 거래일인 3일 26.4원 뛰어오른 뒤 이달 첫 주 내내 1460∼1470원대를 오갔다. 한국이 중동산 원유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 보니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달 들어 6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일일 변동폭(오전 9시∼오후 3시30분 주간거래 기준)은 평균 13.2원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공포가 고조됐던 2020년 3월의 13.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의 월별 일평균 변동폭은 그간 드물게 10원을 넘겼다. 미국 관세 충격에 환율이 급등락했던 지난해 4월에도 변동폭은 9.7원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환율이 1500원을 넘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직전 거래일인 6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에서 1476.4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야간거래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1495원까지 치솟다가 2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 급감 소식이 알려지며 다소 내린 1481.60원에 마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문제 장기화와 무력 충돌 확대, 호르무즈해협 봉쇄 현실화 땐 1530∼160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며 “조기 봉합되면 환율이 1430∼1470원 정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사태가 2∼3개월 지속되면 달러인덱스 108, 환율 상단 1540원을 예상한다”며 “일주일 이내 종료되면 달러인덱스가 97∼99로 안정되면서 환율이 1440∼1470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전자산 수요 증가에 따른 달러 강세도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는 5일(현지시간) 99.32까지 올랐다가 6일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 전날보다 0.33% 내린 98.99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7일(97.61)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전통적 안전자산 중 달러로 몰리면서 금값과 일본 엔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현물 금 가격이 이달 첫 주 2.7%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달러 강세는 해외 구매자들에게 달러로 표시되는 금 가격을 더 비싸게 만들어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위기 상황에서 대체로 안전자산으로 취급받으며 투자 수요가 몰렸던 엔화도 약세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 달러당 152∼153엔까지 떨어졌으나 이란전쟁 후인 지난 6일 한때 해외 외환시장에서 158엔선까지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