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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도면 괜찮겠지?”... 1시간 만에 ‘나노 플라스틱’ 폭탄 된 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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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 온도, 선선한 날에도 빠르게 상승
고온 노출 생수병, 화학물질·미세플라스틱 검출량 변화 가능성
차 안 오래 둔 생수는 새 제품 교체 권고

자동차 안에 생수 한 병을 두고 다니는 경우는 흔하다. 컵홀더나 대시보드 위에 올려둔 물을 이동 중 마시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차량 내부 온도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비교적 선선한 날에도 차량 내부 온도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은 차량 내부에 둔 생수병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차량 컵홀더에 놓인 생수병. 차량 내부는 햇빛에 노출될 경우 온도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차량 컵홀더에 놓인 생수병. 차량 내부는 햇빛에 노출될 경우 온도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차량은 햇빛에 노출될 경우 실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는 구조다. 차량 유리를 통해 들어온 햇빛이 내부를 가열하고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온도가 높아지는 이른바 ‘온실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부 기온이 아주 높지 않은 날에도 차량 내부는 짧은 시간 안에 상당히 뜨거워질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맑은 날 주차된 차량 내부 온도는 1시간 동안 평균 22℃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외부 기온 22~35℃ 조건에서 측정한 결과 외기 온도가 가장 낮은 약 22℃일 때도 차량 내부 온도는 약 47℃까지 올라갔다.

 

연구에서는 창문을 일부 열어 둔 상태에서도 차량 내부 온도 상승을 크게 낮추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햇볕이 직접 닿는 대시보드 주변은 차량 내부에서도 온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공간으로 분석됐다.

차량 내부에서 생수병을 들고 있는 모습. 차량에 오래 두었던 생수는 가급적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차량 내부에서 생수병을 들고 있는 모습. 차량에 오래 두었던 생수는 가급적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높은 온도는 차량 내부에 둔 생수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회용 생수병 대부분은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소재로 만들어진다. PET는 식품 포장에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이다. 저장 온도와 보관 기간에 따라 용기에서 검출되는 화학 물질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돼 있다.

 

중국 난징대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PET 생수병을 다양한 온도 조건에서 보관했을 때 온도가 높고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안티몬(antimony)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안티몬은 PET 제조 과정에서 촉매로 사용되는 금속 성분이다.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두통·구토·복통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생수 속 플라스틱 입자 검출과 관련한 연구도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생수 1ℓ에서 평균 24만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상당수가 나노플라스틱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술지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PET 생수병을 고온과 반복적인 온도 변화 조건에 노출했을 때 나노·미세플라스틱 입자 방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보관 조건에 따라 방출량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페트(PET) 용기에 담긴 생수병 모습. 고온 환경에서는 플라스틱 용기에서 화학 물질이나 미세입자가 검출될 수 있다는 연구도 보고돼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페트(PET) 용기에 담긴 생수병 모습. 고온 환경에서는 플라스틱 용기에서 화학 물질이나 미세입자가 검출될 수 있다는 연구도 보고돼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플라스틱 입자가 인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실험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세포 수준에서 염증 반응이나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사람 혈액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입자가 체내에서 순환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생수와 수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연구들이 있지만 건강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용기의 보관 온도와 조건에 따라 화학 물질이나 미세입자 검출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관 환경 관리의 중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