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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회학을 통해 바라본 사회·경제 제도…사회 통제, 여성 할례 등 당면 과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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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형사처벌’의 한 수단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답은 간단하지 않다. 가령 이전 정부에서 철저히 외면 받았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되며 노사 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법은 끊임없이 각종 제도와 상호작용하며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사회적 실재로서 법을 탐구하는 학문을 ‘법사회학’이라고 부른다. 법과 법학을 통해서 사회를 바라보고 해석하며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는 학문인 셈이다. 법 철학이 법이 추구해야 할 이상과 당위에 집중한다면 법사회학은 이론에 기반, 경험적 분석을 지향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사회학과 부교수인 매튜 디플렘은 ‘법사회학, 사회를 읽는 법’을 통해 법사회학의 계보는 물론 각종 제도와의 상호작용, 현대 법사회학이 당면한 문제를 아우른다. 특히 이론적·역사적 논의를 전개한 이후 법이 경제, 정치, 법률 전문직, 문화와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법사회학, 사회를 읽는 법/매튜 디플렘/김대근 옮김/카오스북/2만7000원
법사회학, 사회를 읽는 법/매튜 디플렘/김대근 옮김/카오스북/2만7000원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도 적지 않다. 가령, 법률 전문직에 대한 법사회학적 관점은 현재 검찰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와 맞물려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준다. 법의 사회 통합과 규제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법 전문가인 법률 전문직의 역할은 핵심이다. 의료 부문과 함께 법 영역에서 전문성은 제도화돼 국가가 공식적으로 독점을 부여해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법률 전문직이 공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통념에 대해 비판도 제기된다.

 

저자는 법률전문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비판법학’의 흐름도 소개한다. 법을 기득권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보는 비판법학자들은 법률 전문직의 법적 추론과 의사결정이 원칙의 중립적 적용이 아니며, 오히려 그들의 개인적 윤리·정치적 가치관과 사회 구조적 맥락의 특성에 따라 수많은 편향에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법률 전문가의 신념이 흔들리는 세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셈이다.

 

이 책의 장점은 사회를 해석하고 중요한 틀 중 하나로 법사회학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특히 법사회학이 ‘법 집행이 단순한 규칙 적용을 넘어 어떻게 사회를 규율해야 하는지’와 같은 사회 통제 문제, 여성 할례와 파산, 국제형사재판소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도 당면 과제로 제시하며 독자들의 지평을 넓힌다. 법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 과제를 조망할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주제지만, 서문을 쓰고 번역을 맡은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길잡이를 해준다. 기초법학을 전공한 뒤 인권, 금융범죄 등을 연구하고 있는 김 연구위원은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실천적 활동도 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