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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당한 유가… 배럴당 110달러도 뚫렸다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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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한때 119달러선까지 급등
수입 의존 韓 금융시장 직격탄
환율도 1495.5원… 17년來 최고

석유 최고가제 주내 도입 계획
공정위, 정유사 담합 현장조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결국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충격에 원·달러 환율은 속수무책으로 1500원에 육박하며 17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석유 제품 최고 가격제를 포함해 전방위적인 기름값 안정 대책을 주문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 4사를 대상으로 담합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10시(한국시간) 기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2.04% 오른 배럴당 101.8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 한때 119달러선까지 급등한 후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매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사태 여파로 기름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9일 인천 중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매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인천=유희태 기자
“매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사태 여파로 기름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9일 인천 중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매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인천=유희태 기자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오후 10시 기준 전장보다 11.52% 오른 배럴당 103.3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역시 한때 119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 통행이 막히고, 그 여파로 걸프지역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서는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되며 유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출렁거렸다.

 

‘유가 100달러’는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시장에 직격탄이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495.5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12일(종가 1496.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오전 한때 1499.20원까지 상승해 150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장 초반부터 환율이 치솟자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필요시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것”이라며 구두개입했다. 한국은행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10일 3조원어치의 국고채를 사들이기로 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8% 넘게 폭락하면서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란전쟁의 조기 종료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고유가·고물가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공포가 대두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되면 거시 경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나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물류비용 증가 등으로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석유 제품 최고 가격제를 신속히 추진하고,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소비자 직접 지원 등 부담 완화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산업통상부는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이번 주 내 고시 제정 등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정부는 아울러 시장 내 담합이나 세금 탈루 등 시장 교란 행위를 공정위와 국세청을 중심으로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날 SK에너지·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4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 최근 중동사태 발생 직후 시차 없이 유가가 오르면서 담합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