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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도 경유도… “ℓ당 2000원 돌파 시간문제”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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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평균가격 하루새 8~10%올라
김정관, 정유업계에 가격관리 당부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 비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국내 기름값도 덩달아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경유 가격은 나란히 ℓ당 1900원을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국내 기름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ℓ당 20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시중 기름값도 리터당 2000원 중반대까지 치솟고 있다. 사진은 9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입간판에 2000원이 넘는 유가 정보가 표시돼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미국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시중 기름값도 리터당 2000원 중반대까지 치솟고 있다. 사진은 9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입간판에 2000원이 넘는 유가 정보가 표시돼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9일 한국석유공사 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904원, 경유 가격은 ℓ당 1928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일 대비 8.5%, 10.1% 올랐다. 타 지역보다 물가가 비싼 서울은 휘발유가 ℓ당 1949원, 경유가 ℓ당 1971원을 찍었다.

 

정유업계는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유가가 1900원대임을 감안하면 ℓ당 2000원 돌파도 시간 문제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 변동은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이는 정유사의 원유 도입부터 정제 과정을 거쳐 각 제품 가격,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되는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움직임은 이보다 빠른 모양새다. 국제유가 상승분을 온전히 적용하면 국내 기름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분 반영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 이마저도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부추기는 석유가격 급등세를 주시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석유 시장 점검을 위한 ‘중동 상황 대응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에 편승해 민생물가 안정에 역행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일부 주유소가 일주일 만에 휘발유는 500원, 경유는 700원 넘게 올렸다고 한다”며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인상을 하루이틀 만에 국내 가격에 반영하면서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인다’는 국민의 믿음이 더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범부처 석유시장 점검단을 구성해 정량 미달, 가짜 석유, 가격 담합, 세금 탈루 등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2000여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특별 현장점검 중인 정부는 유가가 진정되지 않자 ‘석유 최고가격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부 장관이 석유정제업자·석유수출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의 판매가격 최고액을 지정할 수 있다’고 한 석유 및 석유대체류 사업법 제23조에 따른 것이다. 금주 중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 1997년 석유제품 가격 완전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최고가를 설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