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환자들이 고혈압약 복용을 권유하는 의료진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굳이?’라는 어감이 들어간, 고혈압이라는 질병을 경시하는 경향을 볼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고혈압은 뇌내출혈의 가장 큰 위험인자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중풍’이라고 불리는 뇌졸중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약 80%·뇌경색) 터져서(약 20%·뇌출혈) 발생한다. 뇌출혈은 뇌 실질 안에 출혈이 발생하는 뇌내출혈(약 15%)과 뇌동맥류 파열로 생기는 지주막하출혈(약 5%)로 나뉜다.
고혈압이 없는 환자에 비해 고혈압이 있는 환자는 이런 뇌내출혈의 위험이 약 3배 높아진다. 높고 지속적인 압력은 뇌의 미세혈관 벽을 서서히 얇고 약하게 만들고, 이후 그 압력으로 인하여 파열로 이어져 출혈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기저핵·시상·교뇌 등 깊은 위치의 뇌내출혈은 고혈압성 소동맥병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당 부위 뇌내출혈의 주원인은 고혈압이다. 물론 원래 뇌혈관기형이나 뇌출혈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 있는 경우에도 뇌내출혈의 위험이 올라갈 수는 있다.
뇌에 출혈량이 많아지면 종괴 효과와 부종이 겹치며 뇌압이 급상승하고, 단시간에 의식이 저하될 수 있다. 뇌출혈의 경우 초반에 중증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뇌내출혈 발생은 국가 소득 수준과 건강관리 수준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세계적으로 보면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뇌출혈, 특히 뇌내출혈의 발생률은 고소득국보다 2~3배 높다. 이는 고혈압의 조기진단과 약물치료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염분 섭취가 많고,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면 고소득국에서는 고혈압의 인식과 조절률이 높고, 예방 중심의 1차 의료체계가 잘 작동하여 출혈성 뇌졸중이 꾸준히 감소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과거와 비교하면 뇌내출혈이 많이 감소했다. 1980∼1990년대만 해도 전체 뇌졸중 중 출혈성 비중이 절반에 가까웠다. 고염식, 낮은 고혈압 인지·치료·조절률, 제한된 예방 인프라가 배경이었다. 이후 국가건강검진의 보편화, 항고혈압제 접근성 향상, 금연 정책, 식품의 나트륨 저감화가 맞물리며 뇌내출혈에 부담은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렸다. 오늘날 국내에서는 뇌내출혈이 전체 뇌졸중의 약 15% 안팎을 차지하고, 인구 10만명당 발생도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뇌졸중=출혈’이던 것이 ‘뇌졸중=허혈·뇌경색’으로 바뀐 배경에는 혈압과 건강관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뇌내출혈이 시작되면 혈종이 주변 조직을 직접 파괴하고 부종이 더해져 뇌압을 올린다. 임상 현장에서는 처음 24시간이 고비다. 이 기간 약 70%의 환자에서 혈종이 커질 수 있어 의료진은 반복 뇌CT로 변화를 추적하며 신속하고도 안전한 혈압 하강에 나선다. 특히 38% 정도의 환자에서는 처음 출혈량보다 33% 정도 이상의 의미 있는 증가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첫 24시간 이내에는 더욱 적극적인 치료와 추가 CT 시행이 필요하다.
뇌내출혈 예방을 위한 첫걸음은 적극적인 고혈압 관리다. 고혈압은 보통 증상이 없기 때문에 침묵 속에 자란다. 증상이 없어 방심하기 쉽지만 혈관 벽을 조금씩 손상시키며 뇌출혈의 시한폭탄을 만든다. 하루 30분의 운동, 짠 음식 줄이기, 꾸준한 약 복용, 금주, 체중 관리가 평소 정상혈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수축기 혈압을 10㎜Hg만 낮추어도 뇌내출혈 발생 위험은 20∼30% 감소한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