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 매장 진열대에 ‘버터떡’이 진열되자마자 빠르게 팔려나갔다. 뒤이어 들어온 손님들이 “버터떡 재고가 남았냐”며 직원에게 연달아 묻자 “방금 나온 게 마지막”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반면 바로 옆 진열대에 놓인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는 상황이 달랐다. 1시간 동안 두어 개가 팔리긴 했지만 여전히 수십 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불과 몇 주 전 오픈런까지 이어졌던 메뉴지만 이날 해당 매장에서 버터떡 판매량은 두쫀쿠보다 10배가량 많았다.
디저트 유행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두쫀쿠의 유행이 빠르게 저물고 버터떡이 자리를 꿰찼다. 중국 상하이 전통 디저트 ‘황요녠가오’를 변형한 음식으로 알려진 버터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찹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섞은 반죽에 우유와 버터를 넣어 굽는 방식이다. 최근 중국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다 한국으로 유행이 넘어왔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버터떡 제조 영상과 카페 방문 인증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며 관심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지표로도 확인된다. 이마트에 따르면 SNS에서 버터떡 유행이 처음 시작한 지난달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의 버터 판매량은 20%가량 증가했다. 버터 판매량이 이처럼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버터떡 재료 판매량도 급증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에서 이달 1~10일 타피오카 전분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6% 늘었고, 찹쌀가루 판매량도 115% 뛰었다.
개인 카페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두쫀쿠 대신 버터떡을 주력 메뉴로 내놓는 곳이 늘고 있다. 두쫀쿠의 주재료인 피스타치오나 카다이프에 비해 버터떡 재료는 상대적으로 수급이 쉽고 조리법도 간단하다.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6)씨는 “예전에는 판매 전날 밤까지 세면서 온 직원이 붙어서 두쫀쿠 작업에 매달렸는데 버터떡은 보다 만들기 수월하다”며 “두쫀쿠 판매량이 급감한 김에 빠르게 갈아탔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뛰어들었다. 이디야커피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출시한 ‘연유 뿌린 버터쫀득모찌’는 출시 첫 주 전체 디저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SNS에서 바이럴되며 판매량도 초기 대비 300% 이상 늘었고,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현상도 잇따르고 있다. 이마트도 버터떡 유행에 대비해 버터 관련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직소싱한 뉴질랜드산 가염버터를 대폭 확대하고, 프리미엄급 버터도 선보이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디저트 유행에 부담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탕후루, 흑당 버블티, 대만 카스테라 등 SNS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다가 빠르게 식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8000원에 판매하던 두쫀쿠를 최근 2000원에 ‘떨이 판매’까지 했지만 팔리지 않아 악성 재고가 됐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1)씨는 “두쫀쿠가 유행할 때는 하루 수백 개씩 팔렸는데 요즘은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버터떡을 새로 준비하고 있지만 또 언제 유행이 바뀔지 몰라 걱정이다. 유행이 너무 빠르게 변하니까 재고 관리도 힘들고 따라가기 벅차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이 유행 디저트 시장에 뛰어들어 자영업자의 ‘파이’를 뺏는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관련 업계도 고심이 깊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출시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인기가 너무 빨리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 카페는 메뉴 출시나 단종을 비교적 쉽게 결정할 수 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는 메뉴 개발부터 재료 수급, 가격 설정, 지점 교육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행에 발 빠르게 탑승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그렇다고 트렌드를 무시할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디저트 트렌드 교체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행이 확산하면 여러 카페에서 동시에 판매에 나서면서 차별성이 빠르게 사라진다”며 “과거에는 입소문을 타고 트렌드가 서서히 퍼졌다면 요즘은 숏폼 영상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디저트가 등장하고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뒤 전국 매장이 따라 만드는 구조가 빠르게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음식 유행 주기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길게는 두 달, 짧게는 몇 주 단위로 바뀌고 있다”며 “지금 안 먹으면 늦는다는 ‘경험 소비’ 심리와 SNS 알고리즘 영향이 맞물리면서 트렌드의 생성과 소멸이 빠르게 반복되는 ‘초단기 마이크로 트렌드’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레시피 공유와 식자재 공급망 발달까지 맞물리면서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