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를 틀면 깨끗한 물이 나온다. 그래서 샤워기 내부 위생을 따로 의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샤워기 헤드와 배관처럼 물기가 쉽게 남는 구조에서는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샤워기 헤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건물의 급수시설이나 샤워기, 수도꼭지 같은 수계시설에서는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지오넬라균이다. 레지오넬라균은 냉각탑이나 샤워기처럼 물이 분사되는 설비에서 증식할 수 있다. 오염된 물 속 균이 미세한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고 이를 흡입하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레지오넬라균 감염은 ‘레지오넬라증’으로 불리며 발열과 기침, 폐렴 등 호흡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만성질환자와 흡연자, 면역저하자 등은 주요 위험군으로 꼽힌다.
샤워기 헤드에서 다양한 미생물이 확인됐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팀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에서 샤워기 헤드 내부 미생물 군집을 분석한 결과 비결핵항산균(NTM)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샤워기 헤드 내부 표면에서는 수돗물과 다른 미생물 군집이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결핵항산균은 결핵균과는 다른 환경성 세균으로 물과 토양 등 자연환경에 널리 존재한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폐 질환이나 피부 감염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감염균으로 알려져 있다.
샤워기 내부에서 미생물이 언급되는 이유는 구조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샤워기 헤드는 사용을 마친 뒤에도 내부에 물기가 남기 쉽고 노즐 주변에는 물속에 녹아 있던 칼슘이나 마그네슘 성분이 굳어 생기는 흰색 물때나 침전물이 쌓이기 쉽다. 이런 환경에서는 미생물이 표면에 달라붙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습기와 침전물이 함께 남는 표면에서는 미생물이 붙어 ‘바이오필름’이라는 막 형태의 군집이 형성될 수 있다. 바이오필름은 세균이나 미생물이 표면에 부착해 형성되는 미생물 막을 말한다. 샤워기처럼 물이 분사되는 설비에서는 일부 미생물이 물방울과 함께 떨어져 나올 수 있어 노즐 주변 물때나 침전물을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샤워기 노즐에 쌓인 물때는 간단한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다. 욕실 설비 제조사 델타(Delta Faucet)는 샤워기 헤드를 백식초와 물을 1대1로 섞은 용액에 담가 두는 방법을 안내한다. 일정 시간 담근 뒤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내고 물로 충분히 헹구면 노즐 주변 물때를 제거할 수 있다. 사용 환경에 따라 노즐 막힘이나 침전물이 심해질 수 있어 정기적인 세척과 점검이 권장된다.
장기간 사용한 샤워기 헤드는 세척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상태에 따라 교체가 필요하다. 노즐 구멍이 막히거나 물줄기가 고르지 않게 나오는 경우 내부에 물때나 침전물이 상당량 쌓였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샤워기 헤드 교체 시기를 판단하는 신호가 된다.
샤워기 사용 습관 역시 위생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용 후 욕실 내부 습기가 오래 남으면 물때 형성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샤워를 마친 뒤 욕실 환기를 하거나 샤워기 헤드에 남은 물을 가볍게 털어내는 것만으로도 노즐 주변 물때를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