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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불똥 튄 레바논… “헤즈볼라가 국가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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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가자지구’ 전락 우려

이, 헤즈볼라 소탕 명목 공습 세례
사망 500명 육박… 100만명 피란길
FT “종전 후에도 공격 지속” 전망

이란 “1t 이상 탄두만 쏠 것” 선언
인접국 튀르키예, 방공체계 보강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중동 전쟁에 애꿎은 레바논이 고통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돕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공습을 퍼부으면서 레바논이 제2의 가자지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변국 피해도 확산하는 가운데, 이란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 일부가 호주로 망명했다.

 

9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날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모두를 비판했다. 그는 유럽연합(EU) 관리들과 화상회의에서 헤즈볼라에 대해 “이란 정권을 위해 행동하고 레바논의 이익이나 국민 생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국가를 배신했다”고 규정했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전쟁법이나 국제법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며 “레바논이 제2의 가자지구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바논은 이스라엘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헤즈볼라 영향권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남부 지역, 수도 베이루트 남부, 동부 베카 계곡 등에 분포해 있다. 헤즈볼라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망 직후 그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며 이스라엘을 향해 공습을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전역에 대피령을 내린 뒤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겨냥해 대응했다.

 

수백 차례 공습이 이어지면서 레바논 민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9일까지 어린이와 여성들을 포함해 486명이 숨졌고 1313명이 다쳤다. 피란길에 오른 시민도 100만명이 넘었다. 교황청은 레바논에서 민간인을 돕기 위해 현장에 갔다가 이스라엘 탱크 공격으로 사망한 신부를 포함한 무고한 희생자를 애도했다.

 

늘어나는 민간 피해에도 헤즈볼라를 향한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전날 저녁 공습을 통해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 아부 후세인 라아브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도 이스라엘의 대 헤즈볼라 작전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피해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 소식통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란과 휴전하게 돼도 (이 작전은) 그 이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아랍권 외교관도 이 같은 메시지가 중동 국가들에 전달됐다고 했다.

 

국경지역에서 헤즈볼라와 충돌하는 시리아의 아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도 이날 레바논 대통령이 추진 중인 헤즈볼라 무장 해제 노력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며 “분쟁의 여파가 시리아 영토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 지역의 방어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해당 지역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핵심 근거지 중 하나다.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으로 사상자가 늘고 있다. 다히예=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해당 지역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핵심 근거지 중 하나다.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으로 사상자가 늘고 있다. 다히예=AP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도 이란은 미사일 대응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마지드 무사비 항공우주군 사령관은 이날 이란 국영 TV에서 “지금부터 1t 미만의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일 발사 위력과 빈도를 늘리고 사거리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란은 최근 코카서스에 있는 아제르바이잔과 동지중해 키프로스에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확전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접국 튀르키예도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체계를 추가로 배치했다.

 

‘국가 제창 거부’ 이란 女축구선수들, 호주로 망명 국가 대항 경기에서 국가 연주 때 침묵해 호주로 망명한 이란 여자축구대표팀 선수 5명이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왼쪽 네번째)과 촬영을 하고 있다. 버크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선수들이 ‘안전한 장소’로 이송된 후 직접 면담했으며, 이 자리에서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호주 내무부 제공, AFP연합뉴스
‘국가 제창 거부’ 이란 女축구선수들, 호주로 망명 국가 대항 경기에서 국가 연주 때 침묵해 호주로 망명한 이란 여자축구대표팀 선수 5명이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왼쪽 네번째)과 촬영을 하고 있다. 버크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선수들이 ‘안전한 장소’로 이송된 후 직접 면담했으며, 이 자리에서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호주 내무부 제공,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호주 정부가 경기를 위해 입국한 이란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 5명의 망명을 받아들였다.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이들에 대한 인도주의 비자 발급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란 대표팀은 총 20명으로 아직 호주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망명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호주 정부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대표팀의 망명 허가를 촉구한 직후 이뤄졌다. 망명한 선수들은 지난 2일 한국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침묵했다가 이란 국영TV 진행자로부터 “전시 반역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선수들이 귀국하면 처벌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국제사회에 확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