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한미군이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 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우리 의견을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주한미군 전력 차출을 인정하면서 불가피성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안보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진화하려는 의도로 보이기는 하나 주한미군 전력 운용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
최근 미군 수송기들이 여러 차례 오산기지를 오가는 모습이 포착되며, 주한미군 전력 차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그런데도 군은 “우리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이 원칙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정부 입장을 뒤집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훈련과,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두고 한·미가 마찰음을 낸 상태가 아닌가. 주한미군 입장에서는 외교적 결례로 받아들일 수도, 한·미동맹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다.
중동 차출이 거론된 주한미군 패트리엇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해,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은 장거리 타격용으로 한반도 방위에 꼭 필요한 핵심 전력이다. 그간 한·미는 주한미군 전력이 빠질 때마다 대체전력을 통해 연합방위 태세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2008년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1개 대대(24대)가 아프간전에 차출될 당시에도 한·미는 대체전력으로 F-16 전투기를 도입,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전력 차출은 한·미 간 사전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대체전력 투입의 ‘룰’은 사라지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는 ‘동맹의 현대화’가 일방통행식이 됐다는 얘기다. 주한미군 전력 차출과 관련한 사전협의와 절차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주한미군 전력 차출이 잦아지면 대북 대비 태세의 약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자칫 북한의 오판까지 부를 수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한·미 정례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를 두고 “자칫 상상하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연합훈련을 두고 늘 적반하장식 주장을 해온 터라 그리 놀라울 것까지는 없지만, 중동 사태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부추길 가능성까지 배제해선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