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본사 노동자와 동일한 성과급을 지급하며 ‘상생의 이치’를 몸소 실천해 경제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기업 스스로가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연간 89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하며 임금 격차 해소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한화오션을 언급하며 ‘산업 전체의 성장’을 보여줄 사례라고 부각했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선의가 채 뿌리 내리기도 전에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향후 산업 현장에서 갈등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이날 울산을 비롯한 전국 주요 산업단지는 하청노조들의 교섭 요구서로 몸살을 앓았다. HD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한국GM 등 대형 사업장은 물론 석유화학과 건설 현장까지 하청노조들이 줄줄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의 요구 수준은 다양하다.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는 올해 안으로 임금 30% 인상과 함께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 최소 5일 유급 휴일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현대차 하청노조도 정규직 전환, 고용 불안 해소 방안 등을 원청과 교섭 테이블에서 논의하기를 원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상생 사례로 강조한 한화오션도 교섭 요구의 대상이 됐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와 사내 구내식당 등 복지업무 담당 노동자들이 속한 하청노조가 한화오션에 올해 5번째 교섭요구서를 보냈다. 이들은 성과급 지급과 노동안전, 고용안정, 노조 활동, 복지 분야 등에 대해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며 지난달 25일부터 천막농성도 이어오고 있다.
인천에서는 금속노조 한국GM 부평비정규직지회와 부품물류지회가 고용 불안 해소와 사업장 안전, 임금 체불 등 현안 논의를 촉구하기 위해 원청인 한국GM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충북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일부 공공분야 노조가 원청인 지자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경영 여건 등을 도외시한 채 법 개정을 무기로 원청의 곳간을 직접 열겠다는 공세적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진짜 사장과의 교섭’이라며 치켜세우지만, 경영계 일각에서는 하청업체의 경영권과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처사라는 불만이 감지된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성명에서 “정부는 법 개정 취지에 따라 원청교섭이 본격화되면서 발생할 다양한 상황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산업 각 분야의 하청노조가 직접 교섭을 요구하자 원청은 즉각적인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일부 기업은 법무법인 등에 자문하는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우선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고, 정식으로 교섭 요구서를 받았기 때문에 이전처럼 하청노조에 마냥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일부 기업은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가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준비하고 있다. 노조법은 회사가 교섭 요구를 받으면 7일간 해당 사실을 공고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회사 측의 시정을 원하는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부당노동행위 등 법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른 일각에선 원청이 하청의 교섭 대상이 되는지, 즉 ‘사용자성’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일단 지켜보자는 움직임도 확인된다. 업종마다 하청의 업무 성격과 개입 정도가 제각각임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법이 모호한 사용자성을 근거로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들인다는 속내로 읽힌다.
노란봉투법은 6개월간의 시행 준비 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이 강화되고,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된다. 반면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는 제한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화오션의 상생 가치를 높게 평가한 뒤, “기업과 노동자, 도시와 농촌,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포용의 경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