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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소원 오늘부터 시행, ‘소송 지옥’ 막을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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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만5000건, 헌재 마비 우려
사건 미리 걸러낼 장치·대안 미흡
대법·헌재 협의, 국민 피해 줄여야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대법관을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12일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에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그 결과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최종 종결된 건 아니기 때문에 그사이에 대법원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6.2.12/뉴스1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대법관을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12일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에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그 결과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최종 종결된 건 아니기 때문에 그사이에 대법원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6.2.12/뉴스1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가능하게 하는 재판소원 제도와, 판사·검사 등을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를 도입하는 법안이 오늘 관보에 게재됨과 동시에 시행에 들어간다. 유예기간도 없다. 헌재는 앞으로 연간 약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헌재에 접수된 사건이 3092건이고, 본안 심리에 평균 2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자칫 헌재 마비 상태가 올 수도 있다. 벌써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재판소원이 369건 접수됐다고 한다. 헌재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했지만, 준비 상황을 보면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헌재는 사건 부담을 덜기 위해 원칙적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서만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래도 연간 1만건 이상이 헌재로 넘어갈 거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대법원도 매년 4만건의 사건이 몰리면서 사건 처리 지연, 처분 과정을 알 수 없는 이른바 심리 불속행 기각이 남발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헌재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소원의 적법 요건을 엄격히 설정해 명백한 헌법 위반 사례로 한정하는 정교한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헌재가 재판소원을 받아들여 재판을 취소했는데 법원이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고 같은 판결을 다시 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규정도 없다. 재판 취소 시 어느 심급에서 재판이 재개될지를 놓고는 대법원과 헌재의 견해가 상충한다.

가장 중요한 건 소송 남발을 막는 일이다. 대법원에서 진 당사자가 재판소원을 청구하려 한다는 건 불 보듯 뻔하다.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대법원 파기환송 후 다시 대법 판단을 받기까지 최대 5심까지 갈 수 있는데, 재판소원을 청구하면 헌재 결정(6심), 대법에 내려온 판결을 다시 파기환송(7심)하면 하급심(8심)에서 판단하고, 재상고하면 9심이 된다”고 했다. 이런 ‘소송 지옥’은 막아야 한다. 재판소원제 역사가 오래된 독일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사전심사제도를 통해 부적격 사건을 걸러냈고, 재판소원 인용률도 3% 미만이다.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가 돼 대법원의 확정판결조차 신뢰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 재판소원이 잘못 운영되면 헌재도 법원도 다 망가질 수 있다. 두 최고법원의 기 싸움에 국민이 볼모가 되는 일이 없도록 양측은 조속히 머리를 맞대고 부작용을 막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