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집계 결과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10일 하청 노조·지부·지회 407곳(조합원 8만1600명)이 원청 사용자 221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원청 가운데 교섭 의사를 갖고 법적 절차에 따라 즉시 이를 공고한 사업장은 한화오션·포스코·쿠팡CLS·부산교통공사·화성시 등 5곳에 그쳤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원청에만 사용자성이 인정돼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데,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너도나도 원청과 협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원청은 원청대로 하청 노조의 협상 제안에 응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유무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 의제도 요구하겠다고 공언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하청 노조가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교섭을 요구하는가 하면, 사업장 점거 농성 등 불법적인 실력행사로 압박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임금교섭이 이뤄지는 ‘춘투(노동계 봄 투쟁)’가 더 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원·하청 상생 사례로 칭찬했던 한화오션에서도 생산직 하청 노동자뿐 아니라 사내 구내식당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속한 하청 노조도 교섭 요구를 보냈다. 이들은 성과급 지급과 안전한 노동, 고용안정, 노조 활동 보장, 복지 분야 등에 대한 교섭을 요구하며 지난달 25일부터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생산 공정과 무관한 하청 단위에서까지 생산 기여 명목으로 받는 성과급을 달라는 건 부당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노란봉투법의 본래 취지는 노·사·정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하청 노동자의 근로 여건을 향상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노동계가 법의 취지를 넘는 무리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사용자 범위를 넘어선 원청을 압박하거나 이를 관철하려고 파업에 나서는 행동은 금물이다. 노란봉투법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느냐는 정부의 공정한 중재 역할에 달렸다. 교섭 대상 여부 등을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노동위원회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