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 증시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가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 수익률이 미국 시장을 압도하는 데다 이란 전쟁 이후로도 점차 반등하는 흐름을 띠면서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이 이달 6일 기준 1602억309만달러(약 235조원)로 집계됐다. 보관액 수치는 국내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매수한 미국 주식의 총 평가금액으로, 이 주식은 예탁원을 거쳐 해외 현지 기관에 전산상으로 맡겨져 있다.
◆서학개미 미국 보관액 감소세
지난해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한 미국 주식 보관액은 같은 해 10월 1700억달러대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후 2월에는 1600억달러대를 유지했고 이달엔 1660억달러(4일)→1642억달러(5일)→1602억달러(6일)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9일(1638억1313만달러)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최대치 행진은 한풀 꺾인 양상이다.
이는 국내 증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 중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0.74%)나 S&P500(-0.94%)이 마이너스 등락률을 보이는 등 미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면서 서학개미들이 국내로 복귀하는 흐름이 가시화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동 사태 직후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지만 지수는 이날까지 상당 부분 하락분을 만회한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77.36포인트(1.40%) 오른 5609.95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장중 3%대 후반까지 치솟았다가 오름폭을 줄였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2월 중순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말 이후 등락률(33.12%)로 계산해도 여전히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음에도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매수는 꾸준히 유입되며 지수 하단을 떠받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중동 사태로 국내 증시가 역대급 낙폭과 상승을 오가며 극심한 널뛰기를 겪었지만, 급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긴 투자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표적 ‘빚투’(빚내서 투자) 거래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중동 사태가 처음 국내 증시에 반영된 이달 3일 32조8000억원에서 5일 33조7000억원으로 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달 1∼10일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 상위 10종목 중 절반이 레버리지형 상품이라는 점도 이 같은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은 다만 신용거래 확대가 향후 대규모 반대매매를 촉발해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날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주식형 펀드도 큰 폭 증가
주식 투자가 활기를 띠고 주가도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자산운용사 수신은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 중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1월(91조9000억원)에 이어 2월에도 48조6000억원 늘었다. 주식형 펀드 증가액이 34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채권형 펀드는 2000억원 감소했다. 한국은행 박민철 차장은 “펀드 증가액엔 신규 유입액과 주가 평가액이 함께 반영돼 있다”며 “2월 주식형 펀드의 경우 증가액의 3분의 2 정도가 주가 상승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국내 증시의 강한 반등 탄력과 자금 유입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공급 지연 사태의 최대 피해국으로 지목됐던 코스피도 대만, 일본 증시와 함께 반등을 이어갔다”며 “3차 상법 개정 이후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대형주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 발표가 맞물리며 한국 증시의 거버넌스 개선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향성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