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20평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최근 세입자를 바꾸면서 전세 대신 보증금과 월 임차료를 같이 받는 ‘반전세’로 계약 방식을 전환했다. 원래는 전세 보증금을 시세대로 올려받을 예정이었지만 정부 규제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보장 한도가 줄면서 그만큼 올려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올려받지 못한 1200만원을 월세로 환산해 매달 10만원을 받기로 했다.
A씨의 사례처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한도 규제 여파로 임대차 시장의 월세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아파트와 중저가 임대주택 시장의 전월세 전환이 두드러졌다.
11일 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 변화가 주택 임대차 시장 구조에 미친 영향 : 서울시 임대차 실거래 자료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중은 55.75%로 나타났다. 2023년 1월(47%)에 비해 8.76%포인트 상승했다.
연구진은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토교통부 임대차 실거래 데이터 309만9299건을 대상으로 2023년 1월 제도 변경 기준을 전후로 각 2.5년을 비교분석했다.
월세 전환은 아파트보다 비아파트 시장에서 더 두드러졌다. 아파트의 월세 비율은 40.61%에서 42.10% 상승한 반면, 연립·다세대(35.22%→52.99%)와 오피스텔(53.24%→67.87%), 단독·다가구주택(63.18%→76.20%)은 월세 비중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저가 임대주택일수록 규제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해 서울 최우선변제금 상한인 5500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저가 임대주택(상한 이하 구간)의 경우 월세 비율이 20.74% 상승했다. 반면 고가 주택(상한의 5배 초과 구간) 상승률은 3.89%포인트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요건이 강화되면서 전세 중심 임대시장 구조가 약화되고 월세화 경향이 강해졌다”며 “특히 비아파트와 중저가 임대주택 시장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제도적 보호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영역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무리 아파트여도 요즘에는 반환보증 없이는 세입자가 안 들어오고 비아파트의 경우는 더 심하다”며 “보증 한도까지 전세금을 받고, 나머지는 임차료를 받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보증 한도 규제가 전세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월세 전환 흐름을 앞당긴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 제도는 기존 세입자가 나가면서 새로운 세입자가 바로 들어와야 유지되는 구조”라며 “시장 상황이 변하면 전세금 반환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월세화 자체는 거부하기 어려운 흐름이지만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전세 신탁’ 제도도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세 신탁은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을 HUG가 대신 관리·운용하고 그 수익을 임대인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HUG가 임대 보증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정부는 우선 등록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향후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