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례없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대거 사들이며 주가 방어의 최전선에 나섰다.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내는 매도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내며 ‘동학개미운동’의 재현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8개월 만에 깨진 외국인 지분 50%, 그 빈자리 채운 ‘6조 매수세’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6조 2108억 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3거래일(9~11일) 동안에만 9385억 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조 원과 9000억 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우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 변화다. 지난 9일 기준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49.6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50% 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란 사태 등 대외 변수로 주가가 단기간에 약 20% 가까이 급락하자, 외국인은 비중 축소에 나섰고 개인은 이를 '저점 매수'의 기회로 판단한 결과다.
◆“반도체 업황은 이상 없다” 낙관론에 베팅한 개미들
개인 투자자들이 공포 장세에서도 지갑을 여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중동 변수는 일시적 외부 요인일 뿐, 반도체 대형주의 기업 가치 전망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가 역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주가 하락으로 인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DB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79조 2000억 원에서 224조 1000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며 목표주가를 23만 원으로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메모리 업황 선행 지표가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현재의 주가 급락을 과도한 저평가 구간으로 진단했다.
◆레버리지에 ‘빚투’까지… 공격적 투자 행보의 명암
이번 하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행보는 과거보다 훨씬 과감해졌다. 단순히 보유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넘어,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빚투’와 하이리스크 상품인 ‘레버리지 ETF’로의 쏠림 현상도 두드러진다.
실제로 이달 초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 70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또한 이달 1~10일 사이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상장지수펀드(ETF)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이 지수 상승 시 수익을 두 배로 얻는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강심장’ 투자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주가가 예상대로 반등할 경우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대외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반대매매 등 투자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삼성전자 집중 매수세의 성패는 중동 리스크의 완화 시점과 실제 실적 발표 수치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