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의 간부급 공무원인 국장이 평일 근무시간에 부하 직원들을 사적인 이삿짐 운반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A국장은 연차나 반차 등 공식적인 휴가절차를 밟지 않은 채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나타나 고위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의성군 소속 A국장은 본인의 주거지를 이사하면서 자신이 관리·감독하는 부서 직원 3명을 호출했다. 이사가 진행된 시간은 엄연한 평일 근무시간이었으나, 동원된 직원들은 공적 행정업무 대신 A국장의 빌라에서 땀을 흘리며 냉장고부터 장롱, 침대 등 트럭에 가득 쌓인 개인 이삿짐을 날라야 했다.
제보에 따르면 A국장은 이사 당일 2~3일 전부터 해당 직원들에게 이사 지원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군 관계자는 “국장이 직접 지시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직원이 어딨겠느냐”며 “군정을 돌봐야 할 공무시간에 고작 몇 푼 아끼겠다고 개인 이삿짐을 나르라고 지시하는 건 엄연한 권력형 갑질”이라고 분개했다.
더 큰 문제는 A국장이 연차 등 복무 결재를 올리지 않은 채 자리를 비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적 업무시간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 및 제58조(직무 이탈 금지의 의무)에 따르면 공무원은 상관의 허가 없이 직무를 이탈할 수 없으며 공적 자원과 인력을 사적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군 내부에서는 “고위 간부가 자신의 직위를 사유화해 하급 공무원을 사노비처럼 부린 행위”라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의성 군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주민 김모(56)씨는 “군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왜 국장 개인의 이삿짐센터 직원 노릇을 하고 있느냐”며 “이것이 군이 그토록 강조하던 공정하고 청렴한 행정의 실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국장은 직원 강제 동원 의혹을 묻는 기자에게 처음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추가 입증자료를 내밀자 “근무시간에 나간 건 맞지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줬고 동원을 지시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의성군 감사 부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검토하고 조사 결과 사실이라면 인사심의원회를 열어 관련 법규에 따라 처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직 사회에서는 이 같은 사건이 낮은 인권 감수성과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결합해 발생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경북의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이번 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면서 “공직사회에 만연한 상명하복의 구태의연한 갑질문화를 근본적으로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