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제국/윌리엄 C. 커비/임현정 옮김/빨간소금/3만6000원
“빌헬름 폰 훔볼트는 대학을 ‘학문에 헌신하는’ 교수와 학생의 공동체로 정의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학문’은 배움, 앎, 학술 연구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특히 인문학을 핵심에 두고 있다. 대학은 최고 수준의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그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 대학은 각 지역의 실용적 훈련과 구별되는 인격 함양으로서의 교육을 중시하는 자유학예교육 문화를 조성해야 했다.”
현대의 연구중심 대학은 1810년 이 같은 이상을 품은 빌헬름 폰 훔볼트가 베를린대학교를 설립한 것에서 비롯됐다. 훔볼트적 이상은 대학이 국가나 자본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지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이는 이후 전 세계 고등교육의 표준이 됐다.
하버드대 문리과대학 학장을 지낸 저자는 책에서 베를린대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8개 대학 사례 연구를 통해 한 시대 지성을 상징한 ‘지성의 제국’들이 각국의 역사적 조건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고, 다른 대학들에 영향을 주었으며, 시대에 따라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방대한 문명사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책에 따르면, 훔볼트적 이상을 품은 연구중심대학 모델은 19세기 독일에서 시작됐고, 20세기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버클리대 등 세계적 명문대학들이 지식 패권을 쥐는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세계 고등교육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미국 대학들은 21세기 들어 정치적 양극화와 복잡한 거버넌스, 재정 지원 감소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반면 중국 칭화대학과 난징대학을 비롯한 중국 대학들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연 중국 대학들은 미래에 ‘지성의 제국’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날 중국 대학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해외에서 맞닥뜨리는 경쟁이 아니라 국내에서 마주하는 장애물이다. 과거와 현재의 많은 중국 교육 지도자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이 ‘당’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