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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직격 저소득층, 아이 학원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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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5년 만에 감소세

저소득층 감소폭, 고소득층의 3배
月 100만원 이상 고액은 더 늘어
1인 월평균 60만원, 전년비 2% ↑
정부 “정책성과”에 착시효과 지적
교원단체들 “교육 양극화 심해져”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던 추이가 꺾였지만 이는 사교육 수요가 줄어든 결과가 아니라 경기 불황과 고물가에 시달린 저소득층의 사교육 포기에 따른 ‘착시효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가구 간 사교육비 감소 폭의 차이가 3배 이상 벌어지며 ‘교육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국가데이터처와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5000억원이다. 역대 최고치였던 전년(29조2000억원)보다 5.7% 줄었다. 사교육비 총액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있던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시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시스

◆저소득층 이탈 가속…“사교육도 양극화”

 

사교육 참여율(75.7%)과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45만8000원)도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격차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6.6% 줄며 800만원 이상 가구(-2.1%)보다 감소폭이 3배 이상 컸다.

 

아울러 고소득층의 사교육 참여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반면 저소득층의 사교육 이탈은 가속화했다. 저소득층은 전년 대비 5.3%포인트 급락한 52.8%로, 사실상 2명 중 1명만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소득층의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보다 2.6%만 줄어든 84.9%를 나타내 전체 구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교육비 지출 되레 상승…‘사포자’ 증가

 

사교육 참여 학생의 지출 부담은 더욱 커졌다. 사교육 참여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학교급별로는 고등학생이 79만3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63만2000원), 초등학생(51만2000원) 순이었다. 과목별로는 사회·과학(13.8%), 국어(13.1%), 수학(8.7%), 영어(6.2%) 등 주요 과목의 참여 학생 지출이 모두 늘었다.

 

지출 구간별로 봐도 ‘월 100만원 이상’을 쓰는 고액 사교육 비중은 11.6%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늘었고, ‘사교육을 받지 않음’(24.3%)도 4.3%포인트 증가했다. 사교육을 아예 안 받거나 고액을 지출하는 사례로 시장이 나뉘면서 ‘교육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가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가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정책 효과”vs“교육 격차 확대 위험”

 

교육부는 1인당 비용 상승 원인을 ‘소비자 물가상승’으로 돌리는 한편 저소득층의 사교육 이탈은 “정책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늘봄학교 및 방과후학교, EBS 강좌 등 공교육 확대로 나타난 효과”라고 했고, ‘100만원 이상’ 고액 지출 비율이 증가한 데 대해선 “소비자물가 상승 반영분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극화 고착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의 늘봄·방과후학교 참여율은 36.7%로 전년과 동일해 정부 해석과 차이를 보였다. 늘봄·방과후학교 참여율은 초등학교(1.3%포인트)와 고등학교(1.2%포인트)에서 소폭 상승했지만, 중학교(-1.5%포인트)는 오히려 줄었다.

 

한국교총은 “이번 사교육비 총액 감소는 경제성장률(2025년 1%) 둔화와 고물가 현상 지속으로 인해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정체·감소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경제적 이유로 사교육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났을 가능성을 보여주며 장기적으로 교육격차 확대 위험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전교조도 “가정의 소득수준에 따라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크게 벌어졌다”며 “교육 격차가 사회경제적 격차와 맞물려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