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의 근거 법률인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관행을 조사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통상 압박 수단이다. 상호관세가 위법판결이 난 이후 또 다른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낸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무역법 122조에 따라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했다. 무역법 122조에 기반한 조치는 150일 기한이 있고, 이를 연장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반면 301조는 광범위한 관세 부과 능력을 가졌고, 의회 승인이 필요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상의 조치가 만료된 뒤 대체 조치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목표는 글로벌 관세가 만료되기 전에 결론을 내는 것”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301조 조사를 통해 기존 관세 부과 범위보다 더 광범위한 조치를 하게 되면 외국의 투자 추가 압박 등을 위한 협상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
해당 조항은 일반적으로 ‘301조’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1974년 제정된 무역법의 301∼309조를 통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301조는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경쟁법’에 따른 이른바 ‘슈퍼 301조’와는 다른 것이다. 상대국이 부당하거나 비합리적인, 또는 차별적인 법이나 제도, 관행 등으로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USTR이 조사 주체이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입 금지와 같은 제재를 가하거나 추가 관세 부과 같은 조치로 이어진다. USTR은 조사에서 단순히 미국 기업에 직접적인 차별 대우를 했는지 등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보조금 지급, 지식재산권 보호 상황, 환경 규제 현황 등도 경우에 따라 비합리적인 무역 장벽으로 간주한다.
이날 그리어 대표는 “조사는 지속적 무역 흑자, 미국과의 양자 무역에서의 흑자, 미사용 및 저활용 생산 능력 같은 지표를 통해 구조적 과잉 생산능력의 증거가 확인되는 경제권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수산물·쌀 시장 접근성, 해양오염 같은 환경 문제 등은 미국 산업계가 문제를 제기해온 이슈들이 추가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무역법 301조를 주로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활용해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상황 등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 조사를 벌여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토대로 중국산 전기차에 100%, 태양전지 등에 50% 관세를 매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