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과거 한국을 상대로 꺼내 든 무역법 301조 카드는 농산물과 영화, 소고기, 자동차 등 품목별 수입개방 압박용이었다. 하지만 자국 내 투자유도가 목적인 이번 관세이슈에선 굳이 수입개방 품목에 조사를 한정시킬 필요가 없다.
이에 향후 미국이 성장 가능성이 큰 빅테크의 해외진출을 위해 한국의 디지털 규제 등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전인 1997∼1998년 미국은 자동차 수입 장벽 등을 문제 삼아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한국을 지정했다. 배기량이 높은 차량에 대해 높은 자동차세를 매기는 한국의 세제가 대형차를 수출하는 미국에 불리하다는 내용이 근거였다. 1996년에는 한국 정부가 민간 부문 통신장비 구매에 관여하고 있다, 1988∼1989년에는 소고기·담배·포도주 등 농산물 수입개방과 외국인 투자 개방 등을 요구하며 무역법 301조가 발동됐다. 1985년에는 보험과 영화 분야에 대해 무역법 301조가 적용됐다.
이처럼 과거엔 불공정 무역의 꼬투리를 잡아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용도로 무역법 301조가 사용됐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한국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통해 취업률 증가와 경기 활성화를 진전시키겠다는 계획으로 무역법을 들고 나왔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은 미국 측이 표면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제조업을 넘어, 성장 가능성이 큰 플랫폼 등 빅테크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규제로 시선이 옮겨갈 수 있다. 이번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조사 대상에는 디지털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미국이 눈치를 주고 있는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 등 규제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WS(아마존웹서비스)의 공공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막아온 CSAP는 망 분리와 국내 데이터센터 확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미국 콘텐츠 제공자(CP)에게 국내 통신사들이 비용을 청구하는 망 사용료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