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로 유가가 폭등하자 코스피가 다시 하락세를 탔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순매도에 나서며 코스피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전쟁 장기화 조짐에 올해 한국 증시가 공들여 쌓은 ‘오천피’(코스피 5000) 금자탑이 붕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틀 연속 하락한 코스피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전장보다 96.01포인트(1.72%) 내린 5487.24에 장을 마쳤다. 전날 전장 대비 26.70포인트(0.48%) 내린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대체로 부진했다. 삼성전자(-2.34%), SK하이닉스(-2.15%), 현대차(-0.77%) 등이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4747억원, 1조331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이 2조4584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중동사태의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반등이 코스피 하락세를 불러일으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선출 후 첫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전장보다 9.2%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95.73달러로 전장보다 9.7% 상승했다.
국내 증시는 최근 국제 유가 등락에 따라 큰 변동 폭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가 구조적인 원유 공급 부족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코스피 하락세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오천피’ 사수 가능할까
중동사태 이후 코스피는 지난 4일 종가 기준 5093.54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대 낙폭·하락률(698.37포인트·12.06%)을 보였다. 이후 반등해 5600선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유가 불안에 계속 발목이 잡히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오천피’ 사수 여부에 쏠린다.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탄 코스피는 지난 1월 5000을 넘어 단숨에 6000까지 돌파했다. ‘꿈의 지수’로 불렸던 코스피 5000은 어느덧 투자자들 사이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코스피가 아직 5000 중반대에서 버티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지는 점은 큰 부담이다. 외국인은 지난 4일과 10일을 제외하면 줄곧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이번 사태가 국내 증시에 반영되기 시작한 이달 3일부터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327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들의 매물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방어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특히 지수가 급락하면 신용융자를 이용해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의 강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질 수 있고, 이는 증시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쟁발 위험 회피 심리 국면이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 레벨도 상방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지수 상승을 견인할 외국인 수급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는 단기적으로 불확실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도 중동사태의 향방에 따라 오천피가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변동성이 일부 완화됐지만 전쟁 리스크가 제거되지 않고 원유 공급 리스크 역시 남아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코스피 저점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코스피가 4885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과거의 최악을 대입한다고 하더라도 코스피의 저점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여전히 변동성이 안정화되고 있지 않지만, 지수의 레벨로 봤을 때는 하락 시 매수로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