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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부르는 습관이 음주 유발?” 경찰서 황당 지침…현직들 “북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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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경찰서에서 나온 ‘음주운전 근절 대책’이 온·오프라인을 발칵 뒤집었다. 대리운전을 부르는 습관이 음주운전을 유발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대리 앱 삭제’를 종용한 것이다.

밤거리를 비추는 경찰차 경광등.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Shutterstock
밤거리를 비추는 경찰차 경광등.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Shutterstock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분당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실(감사실)은 최근 ‘음주운전·숙취운전 근절 및 예방을 위한 특별 감찰활동 계획’을 수립했다. 인사 발령 후 잦은 회식으로 인한 비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였으나, 그 방법론이 화근이 됐다.

 

감사실은 계획서에 서장의 지휘 철학인 ‘양습창운(좋은 습관이 좋은 운명을 창조한다)’을 인용했다. “주취 상태에서 대리운전으로 귀가하는 습관은 훗날 음주운전을 야기할 수 있어 결코 좋은 습관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하달했다.

 

감사실의 논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행동경제학적 관점까지 동원해 “인간의 의사결정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라며 선택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음주운전에 취약한 선택지인 ‘대리운전 앱’은 삭제하고, 근절에 도움을 주는 ‘택시 앱 설치’나 ‘버스 번호 외우기’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분당경찰서의 감찰 계획 문건. ‘대리 앱 삭제’와 ‘버스 번호 외우기’ 등의 지침이 명시돼 있다. 연합뉴스
분당경찰서의 감찰 계획 문건. ‘대리 앱 삭제’와 ‘버스 번호 외우기’ 등의 지침이 명시돼 있다. 연합뉴스

 

해당 계획은 서장의 최종 결재를 받기 전, 감사실이 각 부서와 지구대·파출소에까지 미리 전파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현장 경찰관들은 즉각 반발했다. “개인의 휴대전화 앱까지 통제하려는 시도가 민주적인 조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분당서의 감찰 문건이 그대로 공개되며 비판 여론이 번졌다. 경찰관들은 “서장 지휘 철학이 북한 같다”, “탈경(경찰 탈출)이 간절하다”, “내근직들은 앉아서 이런 기획이나 하느냐”며 거친 반응을 쏟아냈다.

 

논란이 확산하자 분당서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블라인드’에 해명글을 올려 “내부 논의 과정에서 결재가 완료되지 않은 계획이며, 실제 시행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분당경찰서의 공식 해명문. 내부 논의용 자료일 뿐 서장 결재 단계에서 반려됐다고 밝히고 있다. 블라인드 연합뉴스
분당경찰서의 공식 해명문. 내부 논의용 자료일 뿐 서장 결재 단계에서 반려됐다고 밝히고 있다. 블라인드 연합뉴스

 

서장 역시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해당 기안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무너진 내부 신뢰와 외부의 비웃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한편, 경찰 내부에서 이처럼 상식 밖의 지침이 내려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광주경찰청 소속의 한 경찰서에서는 음주운전 예방을 명목으로 사적 술자리에 참석한 직원이 귀가 전후 사진을 찍어 보고하게 하거나, 대리운전 영수증을 인증하도록 강요해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2023년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도 음주 사고 발생 시 해당 부서 전체의 회식을 무기한 금지하고 팀장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지침을 내놨다가 내부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사고 예방이라는 명분이 개인의 자유와 상식을 어디까지 침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반려된 계획’으로 치부하기엔 그 밑바닥에 깔린 관료주의적 발상이 조직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일선 경찰관은 “사고가 터질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보여주기식, 통제 위주의 지침만 쏟아낸다”며 “이런 경직된 조직 문화가 젊은 경찰관들의 사기를 꺾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