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남정훈 기자]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가 2017~2018시즌 이후 8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확보했다. 2022~2023시즌 사상 초유의 챔피언결정전 리버스 스윕을 완성하는 등 좋은 기억이 있는 인천에서 9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기에 기쁨은 두 배였다.
도로공사는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모마(24점, 공격 성공률 45.10%)-강소휘(18점, 51.85%)의 ‘쌍포’를 앞세워 세트 스코어 3-0(25-19 27-25 25-17)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승점 3을 쌓은 도로공사는 승점 69(24승11패)가 됐다. 2위 현대건설(승점 65, 22승13패)가 남은 1경기에서 승점 3을 쌓더라도 승점 68이 되기 때문에 도로공사는 17일 IBK기업은행전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이날 승리를 통해 정규리그 1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올 시즌 도로공사의 강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시즌 전 도로공사는 IBK기업은행과 더불어 양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IBK기업은행이 토종 주포 이소영의 부상으로 인한 시즌 아웃, 큰 기대 속에 합류한 아시아쿼터 킨켈라의 부상 및 부진, 시즌 초반 주전 세터 김하경의 부상 공백 등 각종 악재가 겹친 끝에 김호철 감독이 9경기(1승8패) 만에 성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반면 도로공사는 시즌 초반부터 10연승 행진을 달리며 일찌감치 독주태세를 갖췄다.
가장 큰 원동력은 V리그 5시즌째를 맞는 ‘카메룬 특급’ 모마의 합류였다. 지난 시즌 FA 최대어 강소휘를 품었지만, 왼손잡이 아포짓 메렐린 니콜로바(불가리아)의 떨어지는 결정력으로 인해 봄 배구 진출에 탈락한 바 있다. GS칼텍스(2021~2023), 현대건설(2023~2025)에서 네 시즌을 뛰며 흑인 특유의 탄력과 폭발력으로 리그 최고의 외인 중 하나로 군림했던 모마는 도로공사에게 부족했던 2%를 채워주는 데 최적의 카드였다. 타나차(태국), 강소휘 등 삼각편대의 일원들이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반면 모마는 시즌 내내 도로공사의 오른쪽 측면을 든든히 지키며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뛰어난 개인 성적과 더불어 ‘팀 성적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모마는 생애 첫 정규리그 MVP 수상도 유력하다.
임명옥(IBK기업은행)과 오랜 시간 도로공사의 리시브 라인과 후방을 지켜온 문정원의 전업 리베로 성공도 큰 힘이 됐다. 시즌 전 샐러리캡 문제로 FA 자격을 얻은 임명옥에게 제대로 된 계약을 제시할 수 없었던 도로공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현역 최고의 리베로를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넘겨야 했다. 임명옥의 대체자 역할을 맡게 된 문정원은 국가대표에서는 리베로를 소화한 적은 있지만, V리그에서 전업 리베로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리시브 능력은 임명옥과 더불러 리그 탑2의 기량을 보유한 문정원은 포지션 전향 첫 시즌 만에 리그 최정상 리베로로 거듭났다. 문정원은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은 임명옥(6시즌 연속) 대신 베스트7 리베로 부문 수상이 확실시된다.
도로공사의 8시즌 만의 정규리그 1위에는 행운도 따랐다. 아시아쿼터 타나차가 당초 예상됐던 동남아시안게임 태국 대표팀 차출에 빠져 오롯이 V리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시즌 전 진행된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3년 연속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았고, 행사 자체를 ‘이지윤 드래프트’라고 부르게 만들 만큼 잠재력이 뛰어난 미들 블로커 이지윤을 지명했다. 팀의 터주대감인 핵심 미들 자원이 배유나가 시즌 첫 경기를 뛰다 어깨 탈구 부상으로 6주 공백을 갖게 됐는데, 그 빈자리를 이지윤이 확실히 메워낸 것도 컸다.
도로공사가 시즌 내내 순탄한 길만 걸은 건 아니다. 4라운드를 마치고 가진 올스타 브레이크까지만 해도 2위에 승점 8 차로 앞선 넉넉한 선두였지만, 올스타 브레이크에 선수단에 돌았던 독감 여파로 5라운드 들어 2승4패로 부진하며 2위 그룹의 추격을 받았다. 6라운드에도 이날 경기 전까지 2승2패, 반타작에 그쳤으나 경쟁팀들의 동반 부진이 겹치면서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팀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준 김종민 감독의 지도력도 빼놓을 수 없다. 2016~2017시즌 도로공사의 지휘봉을 잡은 후 어느덧 10시즌째를 맞는 김종민 감독은 부임 2년차였던 2017~2018시즌에 도로공사의 V리그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2022~2023시즌엔 정규리그 3위로 봄배구에 진출해 챔프전에서 ‘배구여제’ 김연경이 버틴 흥국생명에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여자 프로배구 명장 반열에 오른 김종민 감독은 도로공사의 V리그 세 번째 별에 도전한다. 여자부 챔프전이 다음달 1일에 시작하는 만큼, 부상으로 이탈했던 타나차가 제 컨디션을 찾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