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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검증된 맛 협업’ 확산…불황 속 신메뉴 리스크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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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편의점 매대에 놓인 감자칩에서 치킨 향이 풍기고, 도넛 전문점에서 치킨집 츄러스를 파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식품업계가 ‘익숙한 맛의 변주’를 통해 구매 장벽을 낮추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 제공
농심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외식 브랜드 간 협업 제품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하나의 사업 모델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신제품 실패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메뉴의 풍미를 접목해 비용 부담은 줄이고 화제성은 높이려는 시도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오는 23일 교촌치킨과 협업한 ‘포테토칩 교촌간장치킨맛’을 출시한다. 짭짤한 간장 소스와 마늘 풍미를 스낵에 구현한 제품으로, 외식 브랜드 인기 메뉴를 과자 형태로 재해석한 사례다.

 

이 제품은 농심이 외식 브랜드와 협업해 선보여 온 스낵 프로젝트 ‘포슐랭 가이드’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엽기떡볶이, 피자 브랜드 등 젊은 소비층의 관심이 높은 메뉴를 스낵으로 구현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반대로 치킨 프랜차이즈가 디저트 브랜드와 협업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교촌치킨은 도넛 브랜드 노티드와 협업해 츄러스 메뉴를 선보이며 사이드 메뉴 경쟁력을 강화한 바 있다. 단일 치킨 메뉴 중심에서 벗어나 체류 시간과 객단가를 동시에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형 제과업체와 인기 카페의 협업은 실제 매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말차 디저트로 알려진 카페 ‘청수당’과 협업해 빈츠, 아몬드볼, 빼빼로 말차맛을 시즌 한정으로 출시했다.

 

특히 빈츠 말차 제품은 출시 약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기록하며 완판 흐름을 보였다. 이후 소비자 재출시 요청이 이어지자 해당 제품은 ‘빈츠 프리미어 말차’로 정식 제품군에 편입됐다. 한정판 협업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사례로 평가된다.

 

식품업계가 협업 전략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비용 부담이 자리한다. 업계에서는 식품 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통상 1% 안팎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소비 둔화가 겹치면서 실패 가능성이 높은 신제품 개발보다 검증된 맛의 결합이 효율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유통 채널과의 독점 협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웰푸드는 ‘빵빠레 소프트스낵 초코우유맛’과 ‘롯데샌드 설레임맛’을 편의점 채널에서 단독 출시하며 특정 점포 방문 수요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시도했다. 협업 상품이 단순한 메뉴 개발을 넘어 유통 경쟁의 수단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업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를 공유할 수 있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SNS를 통한 자연스러운 확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에게 익숙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협업 전략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