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가 스위스의 승강기 거물 쉰들러(Schindler)와의 6년에 걸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32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배상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물론, 그간 투입한 소송 비용 약 96억 원까지 쉰들러 측으로부터 전액 돌려받게 됐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국가의 정당한 규제권 행사가 국제법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14일 새벽 2시 3분경, 쉰들러 측이 제기한 모든 청구를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재판부는 당시 한국 정부가 내린 조치들이 합법적인 권한 범위 내에서 충분한 조사와 심사를 거친 결과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우리 정부의 투자협정 위반은 인정되지 않았으며, 국제법상 국가책임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가 100% 승소한 것”이라며 국고를 지켜낸 성과를 강조했다.
이번 분쟁의 이면에는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사건은 10여 년 전,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였던 쉰들러가 당시 그룹 경영진의 행보에 반기를 들면서 시작됐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단행한 유상증자가 경영상의 필요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현대상선 등 계열사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쉰들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당시 쉰들러는 한국 금융당국이 이 과정을 방치했다며 날을 세웠다. 정부가 조사와 규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주주인 자신들에게 최소 2억 5900만 스위스프랑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주주 간의 사적인 분쟁’으로 선을 그었고, 국제 재판부 역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가 특정 기업의 편을 든 것이 아니라 법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인 감독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이로써 우리 정부는 론스타, 엘리엇에 이어 굵직한 ISDS 사건에서 연승 가도를 달리게 됐다. 한때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며 국민적 우려를 자아냈던 국제 분쟁들이 오히려 한국 정부의 탄탄한 대응 역량을 증명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 승소의 기세를 몰아 앞으로도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한 철저한 대응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