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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끊고 병원 줄 선다”…두 달 새 119곳 문 닫게 한 ‘살 빼는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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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수요 급증 속 체중 감량 방식 ‘운동 → 의료 소비’ 이동 조짐
두 달 새 체력단련장 119곳 폐업 신고…헬스 산업 체감 경기 냉각
전문의 “빠른 감량 가능하지만 근손실·요요 막으려면 생활 습관 필수”

1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의 한 내과 대기실. 운동복 차림의 직장인 김모(39) 씨는 헬스장이 아닌 병원 의자에 앉아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비만치료제 재고 있음’이라는 안내 문구가 반복해서 떠 있었다. 불과 이틀 전, 1년 장기 등록했던 동네 헬스장 회원권을 위약금을 물고 해지한 뒤 처음 선택한 체중 감량 방법이 병원 진료였다.

 

주사형 비만치료제 수요가 늘면서 헬스장 등록 수요가 둔화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 감량 과정에서 근손실을 막기 위해 운동 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
주사형 비만치료제 수요가 늘면서 헬스장 등록 수요가 둔화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 감량 과정에서 근손실을 막기 위해 운동 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

김 씨는 “퇴근 후 한 시간을 뛰는 것보다 주사 치료가 시간 대비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운동은 꾸준히 하기 어려웠지만 약물 치료는 변화가 눈에 보여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땀 흘리는 시간 대신 주사 한 번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체중 감량 풍경 자체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여전히 높은 비만 인구 규모가 자리한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37.2%로 집계됐다. 2013년 31.9%에서 꾸준히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성인 10명 가운데 약 4명이 체질량지수(BMI) 기준 비만 범주에 속하는 셈이다.

 

"다이어트 대전환: 땀 vs 주사.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다이어트 대전환: 땀 vs 주사.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운동 산업에도 변화 조짐

 

주사형 치료제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체중 관리 산업 전반에도 변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의약품 시장 분석에서는 최근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1000억원대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단기간 체중 감량 경험담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의료 기반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는 분위기다. 체중 감량의 방식이 ‘땀의 시간’에서 ‘의료 소비’로 이동하는 구조 변화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폐업 신고된 체력단련장은 553곳이었으며, 2025년 1~2월 누적 신고는 이미 119곳에 달했다. 다만 폐업 증가에는 임대료 상승과 인건비 부담, 소비 위축 등 복합적인 경영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구에서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는 정모(45) 대표는 “예년 같으면 새해 결심 수요로 등록 문의가 몰리는 시기인데 올해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며 “운동 상담보다 병원 치료 상담을 먼저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회비용’ 계산이 바꾼 체중 관리 선택

 

헬스장 대신 병원을 찾는 흐름의 배경에는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고려하는 ‘기회비용’ 인식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대1 퍼스널트레이닝 비용은 회당 5만원에서 10만원 수준으로, 주 2회 이용할 경우 월 40만원에서 80만원가량이 필요하다. 퇴근 후 별도의 운동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

 

반면 일부 비만치료제는 초기 치료 기준 월 30만원에서 50만원 수준의 비용으로 식욕 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체중 관리 방식이 생활 습관 중심에서 의료 소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근손실과 요요 가능성…약물 의존의 한계

 

다만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는 체중 감량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장기 임상 연구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을 활용한 체중 감량 과정에서 감량 체중의 일정 비율이 근육 등 제지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치료 중단 이후 식욕 조절 효과가 약해지며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 현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따라 비만치료제의 적절한 사용 기준과 오남용 관리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단기간 체중 감량 기대감이 커지면서 의료 기반 다이어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치료 중단 이후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게티이미지
단기간 체중 감량 기대감이 커지면서 의료 기반 다이어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치료 중단 이후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게티이미지

서울의 한 내과 전문의는 “주사 치료는 체중 감량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힘은 결국 근육과 생활 습관에서 나온다”며 “균형 잡힌 고체 식사와 규칙적인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건강한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료실을 나서는 김 씨의 손에는 한 달 치 처방전이 들려 있었다. 점심시간을 쪼개 병원을 찾은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복도에 이어졌다. 체중 감량의 속도는 의료 기술이 앞당길 수 있지만, 그 체중을 평생 지탱하는 힘은 결국 매일 반복되는 식사와 움직임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