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도 물가 인상을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국은행이 평가했다.
한은은 15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추경 편성이 수요 측 압력을 통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한은은 “일반적으로 추경은 수요 증대를 통해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추경의 규모, 형태, 시기 등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를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비용 상승 압력의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국내총생산(GDP) 갭이 마이너스(-)인 점, IT(정보기술)와 비(非) IT 부문 간의 성장이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추경 편성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실질 GDP가 잠재 GDP를 하회하는 만큼 돈을 풀어도 소비나 투자가 크게 늘어 물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한은은 추경 편성 필요성과 관련 “올해 성장률이 전년보다 크게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필요성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중동 상황이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국내 성장이나 물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번 충격의 경제적 여파는 결국 현 상황의 장기화 여부에 크게 좌우될것”이라며 “실제 추경 여부는 정부와 국회가 법률상 요건 내에서 중동 상황 전개양상 등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추경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편성되는 세부 사업들의 분야, 규모, 집행 시기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구체적인 추경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과 16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이 성장률을 각 0.1%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추경의 성장률 영향과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6월 3일 지방선거 전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최대 1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예상한다”며 “GDP의 약 0.53% 정도”라고 전망했다. 이어 “재정승수를 0.2∼0.4로 가정할 때 4개 분기에 걸쳐 경제성장률을 약 0.11∼0.21%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은보다 0.3%포인트 높은 2.3%로 제시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