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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낮은 수면’ 만성화 된 한국인… ‘올빼미족’ 세계 평균의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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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적신호 부르는 수면 부족

취침 늦고 숙면 못해 평균 5시간대 수면
1020세대 10명 중 8명 ‘저녁형 인간’
심혈관 부담·혈당조절 저하 등 우려
잠들기 1시간 전 스마트폰 사용 자제
불면증·수면무호흡증 등 적극 치료를

한국은 ‘잠 못 드는 사회’가 된 지 오래다. 밤늦도록 쌓인 업무와 꺼지지 않는 스마트폰 불빛으로 수면 부족은 일상이 됐다.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는 데다 깊이 자지도 못하는 ‘질 낮은 수면’이 만성화된 것이다. 하지만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 문제가 아니다. 집중력 저하와 스트레스 증가, 정신건강 악화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수면 문제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치료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세계 수면의 날(13일)을 맞아 한국인의 수면 실태와 수면 부족이 가져오는 문제, 그리고 수면장애 치료 환경의 과제를 짚어본다.

◆5시간 자는 한국인… ‘올빼미족’ 세계 평균 2배

15일 수면 솔루션 기업 에이슬립(Asleep)의 2026 연간 수면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25분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7~9시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침대에 머무는 시간(6시간39분) 가운데 약 1시간14분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자는 시간 자체가 짧은 데다 수면의 질도 좋지 않다.

그래픽=권기현 기자·생성형 AI 이미지
그래픽=권기현 기자·생성형 AI 이미지

밤사이 깨어 있는 시간은 평균 39분으로 권장치(20분)의 약 2배에 달했고, 수면 효율도 권장 기준(90%)보다 낮은 82%에 그쳤다. 수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같은 시간 동안 잠을 자더라도 신체 회복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한국인의 수면 질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는 늦은 취침 문화가 꼽힌다. 이른바 ‘저녁형 인간(올빼미족)’ 비율이 절반을 넘어 세계 평균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아침형 인간’은 9.3%에 불과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인의 평균 입면시각은 0시51분으로 세계에서 가장 늦었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저녁형 비중은 각각 85%, 82%에 달해 젊은 층의 수면 리듬 교란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밤에도 밝은 인공 조명 환경,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으려는 ‘보복성 취침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면 습관이 우리 몸의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혈관이 이완되는 등 몸이 회복상태로 들어간다. 그러나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지면서 심혈관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체중 증가와 염증 반응을 유발해 각종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게 된다.

특히 깨어 있는 동안 뇌에 축적돼 수면 욕구를 촉진하는 아데노신의 대사 과정이 교란되고,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노폐물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집중력·기억력·인지기능 저하로도 이어진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김혜윤 교수는 “부족한 수면시간, 낮은 수준의 수면 만족도, 불량한 수면 위생, 낮은 치료 실천율 등은 대한민국 수면 실태를 보여준다”며 “수면장애를 방치하면 정신건강과 만성질환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숙면 위한 생활습관 중요… 치료 환경 개선도 시급

숙면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수면 루틴’이 중요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생체시계가 일정한 수면 주기에 맞춰 작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낮 동안에는 적당한 운동과 함께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이 좋다. 카페인 섭취와 낮잠은 오후 2시 이전으로 제한하고, 낮잠은 가능하면 20분 이내로 짧게 자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침 전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잠들기 3시간 전부터는 식사나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피하고 몸을 안정된 상태로 만드는 것이 좋다. 또 잠들기 최소 1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침실 조명을 전구색 LED와 같은 따뜻한 색으로 낮추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이나 복식호흡, 명상, 독서 등 일정한 취침 루틴을 만드는 것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수면 문제를 겪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면에 영향을 주는 증상으로는 불면증(25.9%)과 코골이(24.8%), 수면무호흡증(9.1%) 등이 꼽혔다. 특히 코골이 증상을 겪는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53.5%)은 별도의 치료를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시도한 경우에도 체중 감량이나 금주 같은 비수술적 방법(27.8%)이나 코 세척(15.7%) 등 비교적 소극적인 대응이 대부분이었다.

수면 관련 질환의 치료 환경도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면증과 하지불안증후군, 기면병 등은 환자의 일상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이지만 국내에서는 효과적인 치료제를 쓰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거나 낮은 약가를 이유로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 진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기면병 치료제 ‘와킥스’(성분명 피톨리산트)는 국내에서 급여 처방이 가능했지만 제약사 철수로 2024년 9월 공급이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생산성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중보건 문제인 만큼 수면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는 “수면 문제는 단순한 피로감과 개인의 습관 문제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공공의 보건 문제”라며 “수면 질환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