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당시 미국의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금메달 주역인 앰버 글렌(27)은 점프 실수로 한때 일본에 역전을 허용한 뒤 자책감 탓에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열린 여자 싱글에선 우승 후보였으나 역시 실수로 최종 5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에 앞서 “사실 지금 생리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힘든 일임에도 아무도 이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며 “여성 운동선수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더 많이 논의돼야 할 주제지만, 여전히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국내 생리대 생산 1위인 유한킴벌리가 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소득층 청소년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이나 휴지로 대신한다는 경험담이 올라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생리대 가격 부담도 문제지만, 생리라는 말 자체를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 가구의 여성과 청소년(9∼24세)에게 생리용품 구매용으로 월 1만4000원의 바우처 포인트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집행률은 2023년 기준 80.0%에 그쳤다. 생리 관련 언급에 수치심을 느끼거나 저소득층으로 낙인 찍힐까 두려워 신청이 저조했다는 전언이다.
정부는 오는 7∼12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여성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생리대’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주민센터나 복지관, 도서관, 보건소 등 공공시설과 지역별 특성에 따라 수요가 많은 시설에 무료 생리대 자판기를 비치해 접근권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2016년 뉴욕주에서 공공기관에 월경용품을 무상 비치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고 현재는 27개 주와 워싱턴 DC까지 확대됐다. 서양에선 딸의 첫 생리 때 친구들을 초대해 빨간색을 테마로 한 홈 파티를 여는 문화가 있다. 생리 현상에 쉬쉬해오던 동양에서도 최근에는 생리대 광고의 표현이 과감해지고 생리 휴가 제도가 공론화되는 등 금기가 깨지는 추세다. 우리 사회도 월경권을 여성의 기본권이자 생존권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