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정현(사진) 공천관리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지 이틀 만인 15일 복귀했다. 장동혁 대표로부터 전권을 약속받고 돌아와 서울시장 공천 일정도 재개하기로 했지만, 당내 선거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장 대표가 여전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요구한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등에 대한 언급 없이 잠행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전권 받고 공관위원장 사퇴 번복
이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다시 공천관리위원장직을 수행하겠다”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 역시 제가 지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 공천 과정에서 필요한 결단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며 “기득권이든 관행이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과감히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13일 오전 지도부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위원장이 돌연 사퇴한 배경에는 그간 강조해온 혁신 공천 구상이 실현되기 어려워진 현실에 대한 고민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보수의 심장’으로 꼽히는 대구에서 현역 의원 등에 대한 컷오프를 주장했다. 지역 정치를 오래 해온 중진 의원들을 배제하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초선 의원 등 신인끼리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세대교체의 진정성을 증명하고, 지역 민심도 되돌릴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공관위 내부는 물론 지도부에서도 이 위원장 뜻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전날 경기 모처에서 장 대표를 만나 공천과 관련된 전권을 보장받기로 하고, 공관위 복귀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전권을 다 줄 테니 구상한 대로 해 달라”며 이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 줬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혁신 공천 구상에 대한 지도부의 지지를 확인한 만큼 세대교체를 위한 과감한 컷오프나 우선 공천 등의 수단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이번엔 등록할까
이 위원장의 복귀와 별개로 장 대표와 오 시장의 강대강 대치 형국은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공관위는 이날 서울시장 후보 추가 공천 계획도 발표했다. 16일 공고 후 17일 접수, 20일 면접 순으로 공천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다.
공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세훈 현 시장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며 서울 발전을 이끌어온 중요한 지도자”라며 “이번 공천 절차에 참여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관위가 오 시장을 직접 언급하며 공천 후보 등록을 촉구하고, 면접 일정까지 공개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앞서 오 시장은 두 차례 공천 신청을 거부하고 혁신 선대위 체제 전환과 윤민우 중앙윤리위원장·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박민영 미디어대변인 등에 대한 경질을 요구했다.
하지만 장 대표 측은 혁신 선대위 출범 요구가 사실상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의미하는 만큼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당권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불출마 이후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장 대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웠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대위는 어차피 절차대로 구성하게 돼 있는데,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조기 출범하라는 의도가 문제”라며 “당대표와 후보의 역할이 구분돼 있는데 오 시장이 자기 요구를 안 들어준다고 판을 흔들면 다른 후보와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장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공천 후보 등록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16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6·3 지방선거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국민의힘 후보로 이장우 현 시장과 김태흠 현 도지사를 각각 단수 공천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