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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산도 피지컬 AI 접목… 게임 공간서 ‘전투’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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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테크’ 활성화 주목

한화에어로·크래프톤 손잡아
핵심기술 개발 합작법인 MOU

게임업체 가상 전장 구축 강점
배틀그라운드 구현 능력 탁월

한화, KAI 주식 0.58% 사들여

군인 대신 인공지능(AI) 드론 등 무인화 무기를 적진에 투입하고 미사일을 퍼붓는 원격전으로 전쟁 양상이 바뀌면서 방위산업 및 정보기술(IT) 기업 간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게임업체와 협업하기도 한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가 ‘펍지: 배틀그라운드’로 전 세계 게이머를 가상 전장에 몰입시켰던 크래프톤과 머리를 맞대 방산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와 크래프톤은 최근 피지컬 AI 핵심 기술 공동 개발과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가 보유한 방산·제조 인프라와 무인 시스템 기술에 크래프톤의 AI 연구 역량과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결합하겠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장기적으로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협력할 방침이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번달 초 국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지하 무기 저장 터널에 ‘샤헤드136’으로 추정되는 드론들이 줄지어 서 있다. CNN 방송 캡처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번달 초 국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지하 무기 저장 터널에 ‘샤헤드136’으로 추정되는 드론들이 줄지어 서 있다. CNN 방송 캡처

한화 측은 “크래프톤이 게임 산업에서 축적해 온 데이터 운영 경험과 가상환경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은 피지컬 AI의 학습과 검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방산 분야의 피지컬 AI는 드론과 로봇, 미사일, 차량 같은 물리적 무기 시스템을 AI가 직접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인 자주포와 드론 군집, AI 미사일 방어, 무인 전투 차량 등은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은 현대 전쟁이 ‘AI 대리전’으로 치러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화도 방산 분야의 AI 중요성을 인식하며 한화에어로가 자주포·다연장로켓·방공시스템 무기 체계에 자동 표적 식별 및 타격을 지원하는 ‘AI 통합지휘체계’ 개발에 나섰고, 한화시스템은 AI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실과 같은 가상 전장을 구축하는 기술은 이미 게임사들이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가 크래프톤을 낙점한 데는 배틀그라운드의 뛰어난 가상 전장 구현 능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배틀그라운드에선 총기 사용 데이터, 이동 패턴, 전투 전략, 지형 활용 등 전투 관련 데이터가 매일 수백만건씩 쌓이고 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맵이야말로 뛰어난 ‘디지털 트윈’(현실 공간을 그대로 복제·운영하는 기술) 공간인 것이다.

 

미국에선 ‘디펜스 테크’(국방 기술 기업)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은 2020년대 초부터 게임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게임 개발 플랫폼인 ‘언리얼 엔진’을 이용하고 있다. 전투기 조종 훈련과 전장 환경 시뮬레이션, 자율 무기체계 테스트 등을 가상 환경에서 진행한다.

 

미 육군은 ‘아메리카 아미’(America’s Army)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해 군인들이 다양한 환경과 실제와 유사한 조건에서 훈련받을 수 있게 했다. 미 국토안보부도 대형 테러와 사고 발생 시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제로 아워: 아메리카 메딕’(Zero Hour: America’s Medic)이란 게임을 개발한 바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게임 개발사와 함께 우주 임무 훈련용 시뮬레이션 ‘문 베이스 알파’(Moonbase Alpha)를 제작했다.

 

팔란티어, 안두릴 같은 미국 디펜스 테크들은 미 국방부의 육성하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반면, 한국은 방산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한화와의) JV를 통해 공동 개발 성과를 사업화까지 연결하고 JV를 미국의 안두릴과 같은 글로벌 방산 기술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 13일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보통주 56만6635주를 599억원에 매수했다고 공개했다. KAI 전체 주식의 0.58%에 해당하는 규모로, KAI와의 협업을 통해 방산·우주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