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도입 첫날부터 사건 접수가 잇따르면서 남용을 걸러내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재판소원 심사방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내부 논의가 진행된다.
15일 헌재에 따르면 헌재 산하 헌법실무연구회(회장 정정미 재판관)는 20일 ‘재판소원 적법요건 심사방안’을 주제로 헌법재판관과 재판연구관 등이 참석하는 발표회를 연다.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시행 이후에 적법요건을 따지는 민감한 주제라는 점에서 비공개로 개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안팎에선 심판청구 사건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재판소원제도가 사실상 ‘4심제’로 기능해 헌재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사건이 폭증하리란 우려가 나온다. 재판소원제도가 시행된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접수된 재판소원 심판청구 사건은 36건이다.
헌법재판소법 72조에 따라 헌재는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헌법소원 심판의 사전심사를 진행한다. 헌법소원이 적법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 지정재판부는 본안 판단을 위한 전원재판부에 회부하지 않고 청구를 각하한다.
쟁점은 헌법재판소법 규정이 추상적이라 자칫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사전심사 통과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가 가장 많은 재판소원의 유형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포괄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발표회에서 독일에서 주로 불수리되는 사례들을 검토해 대상이 아닌 청구는 과감하게 각하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독일과 스페인에서도 재판소원 사전심사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스페인은 사전심사 절차를 강화하는 2007년 법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헌법재판의 처리 속도가 느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점, 독일에서도 사건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식 사건선별제도를 도입할지 논의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사전심사 절차를 운용하는 것만으로 사건 부담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재윤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독일을 비롯한 몇 나라만이 재판소원을 통해 전면적인 개입을 하고 있는데, 일반법원 법률 해석과의 구별 문제는 독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본권과 관련 없는 사안이란 없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재판소원이 헌재가 자의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명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행정법원 1심 판결에 대해 최고행정법원으로 갈지, 아니면 헌법재판소로 갈지를 청구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이원적 구제 체계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한 법왜곡죄 고발 사건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배당된 가운데 경찰 내부에선 법왜곡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왜곡죄는 법관과 검사, 수사경찰 등이 적용 대상이다. 검사에 대한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어가지만 법관은 공수처 통보 대상이기 때문에 경찰은 법관과 경찰 관련 법왜곡죄 수사를 맡게 될 전망이다.
경찰은 사안에 따라 독자적 판단보다 법제처 등에 법 해석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수사 경찰관은 “법왜곡죄 고소·고발이 이어지면 일선서에서도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관의 판단을 다시 검증하고 수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