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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7000만원 연봉 vs 80만원 이자 문자”…은행 21조 실적 속 자영업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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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 이자이익 급증…금융지주 순이익 21조원대 확대
평균 보수 1억7000만원대 형성…성과급 중심 보상 구조 강화
대출 이자 부담 커진 자영업 체감경기 냉각…소득 회복은 지연

오후 4시,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영업점 셔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같은 순간 자영업자 김모(52) 씨의 휴대전화에는 ‘대출 이자 80만원 출금’ 알림이 떴다. 하루 장사가 끝나는 시간과 금융 부담이 시작되는 순간이 겹쳐졌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권과 달리 자영업 현장에서는 매달 반복되는 이자 부담이 생활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권과 달리 자영업 현장에서는 매달 반복되는 이자 부담이 생활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금융권의 최근 성적표는 그의 현실과 대비된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은 약 21조원대 초반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고금리 환경 속 이자이익 확대가 실적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시기 1%대 중반 확대된 예대금리차…보수 체계도 상향 흐름

 

각 금융지주 사업보고서 공시 기준 일부 주요 금융지주에서는 임직원 평균 보수가 1억7000만원 안팎 수준까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급 보수는 3억원대 중후반, 핵심 부서장급 역시 2억원 내외의 연봉 구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보상 확대 흐름의 배경에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예대금리차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 기준 주요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일부 시기 1%대 중반 수준까지 확대되며 이자이익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금리 환경과 경기 상황 등 복합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벌어지는 예대금리차, 누가 웃고 있나.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벌어지는 예대금리차, 누가 웃고 있나.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21조 이익’ 대비 2조 지원…현장 체감은 여전히 온도차

 

은행권은 소상공인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약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역대 최대 순이익 규모와 비교하면 체감 지원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금리 산정 구조에 대한 신뢰다. 이익 일부 환원 방식이 단기적 지원에 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권의 상생 메시지가 현장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기에 주요 금융지주가 주주환원율을 높이며 배당 확대 기조를 이어가는 점 역시 논란의 배경으로 꼽힌다. 고금리 부담이 금융회사 실적과 주주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질 구매력 정체 흐름…자영업 금융 부담 확대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 흐름을 보면 최근 가구당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대체로 2~4% 범위에 머물러 왔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 구매력은 정체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점 셔터가 내려가는 퇴근길, 휴대전화 속 이자 출금 알림은 자영업자의 하루를 다시 무겁게 만든다. 게티이미지
영업점 셔터가 내려가는 퇴근길, 휴대전화 속 이자 출금 알림은 자영업자의 하루를 다시 무겁게 만든다. 게티이미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자영업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김 씨는 “이자 환급을 일부 받았지만 매달 빠져나가는 부담이 줄었다는 느낌은 없다”며 “창구 문은 더 빨리 닫히는 것 같고 장사는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오후 4시 10분, 셔터는 완전히 내려왔다. 굳게 닫힌 영업점 문 앞에서 이자 출금 문자를 지운 뒤 돌아서는 한 시민의 뒷모습이 늦은 햇빛 속에 길게 늘어졌다. 21조원의 숫자와 80만원의 알림 사이, 지금 한국 경제가 체감하는 온도 차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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