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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난, 제대로 美쳤다”…김길리·임종언, ‘금빛 폭주’에 전세계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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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리·임종언, 2026 ISU금메달 ‘2관왕’ 쾌거
김길리, 女 1500m서도 2위와 격차 벌리며 여유 있게 金
임종언, 男 1000m서 ‘단지누 반칙 확인’…金 확정

한국 쇼트트랙의 ‘막내의 난’이 세계선수권 무대를 초토화시켰다. 우리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이지만, 얼음 위에서 보여준 승부 근성과 대담함은 베테랑 못지않았다. 오히려 그 패기와 과감함이 세계 정상으로 향하는 결정적인 무기가 됐다.

 

주인공은 김길리(22·성남시청)와 임종언(19·고양시청)이다. 두 선수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쇼트트랙의 밝은 미래를 증명했다.

 

김길리(가운데)가 16일 캐나다 몬트리올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 정상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길리는 2분31초003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몬트리올=AP뉴시스
김길리(가운데)가 16일 캐나다 몬트리올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 정상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길리는 2분31초003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몬트리올=AP뉴시스

먼저 김길리는 16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31초003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2위 잔드라 펠제부르(네덜란드·2분31초298)보다 약 0.3초 앞선 여유 있는 격차로 압도했다.

 

김길리는 9바퀴째부터 특유의 아웃 코스 추월을 시작해 11바퀴째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고, 그대로 피니시 라인까지 질주했다.

 

경쟁자 펠제부르와 코트니 사로(캐나다), 코린 스토더드(미국) 등은 사실상 김길리 추월을 포기한 채 2위 싸움을 벌였고, 펠제부르가 2위, 스토더드가 3위로 들어왔다.

 

전날 여자 1000m 결승에서도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레이스 막판까지 하위권에 머물던 그는 마지막 스퍼트에서 믿기 힘든 속도를 끌어올렸다. 바깥 라인을 과감하게 파고드는 선택이 승부를 갈랐다. 결승선 통과 순간 스케이트 날이 먼저 들어오며 단 0.009초 차이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말 그대로 ‘찰나의 승부’였다. 상대 선수들은 믿기 힘든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봤고, 김길리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거대한 승리였다.

 

남자부에서도 ‘막내의 반란’은 이어졌다.

 

임종언은 이날 남자 1000m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하며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2관왕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임종언은 레이스 막판 두 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나가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이후 격차를 벌리며 여유 있게 결승선을 통과하는 듯 보였지만, 마지막 순간 캐나다의 에이스 윌리엄 단지누가 폭발적인 스퍼트로 추격하며 ‘날 들이밀기’를 시도했다.

 

임종언(가운데)이 16일 캐나다 몬트리올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정상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종언은 1분25초805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몬트리올=AP뉴시스
임종언(가운데)이 16일 캐나다 몬트리올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정상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종언은 1분25초805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몬트리올=AP뉴시스

포토피니시 판독 결과 단지누가 1분25초787, 임종언이 1분25초805을 기록하며 단지누가 0.018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승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을 진행한 결과 단지누의 반칙이 확인된 것이다. 단지누가 임종언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오른팔로 진로를 방해한 장면이 포착되면서 페널티가 부과됐고, 이에 따라 임종언의 금메달이 최종 확정됐다.

 

전날에도 임종언은 남자 1500m 결승에서 침착한 레이스 운영으로 극적인 역전극을 완성했다. 8명이 출전한 혼전 속에서 그는 끝까지 기회를 노리며 레이스 흐름을 읽었다. 레이스 후반 선두권에서 넘어지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요동쳤다.

 

그 순간 임종언의 순간 판단력이 빛났다. 몸싸움을 피하며 바깥 라인으로 돌아 나간 그는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폭발적인 스퍼트를 시작했다. 순식간에 선두로 올라선 그는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두 선수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집념과 두려움 없는 공격성이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았고, 승부의 순간에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결승 무대에서 보여준 담대함은 ‘막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김길리는 이미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받는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대담한 코스 공략 능력으로 ‘람보르길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임종언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남자 대표팀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은 오랜 시간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온 종목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세대교체와 국제 경쟁 심화 속에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젊은 선수들의 금빛 질주는 단순한 우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얼음 위에서 펼쳐진 두 막내의 대담한 도전은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향한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몬트리올의 빙판 위에서 분명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