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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좀 더 일찍 주실래요?”… 서울 증여 시장 ‘5060’이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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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이상 증여 비중 한 달 새 6.3%p 하락… 5060 합산 비중 49.0%로 역전
15일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뉴시스
15일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뉴시스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자산 이전의 시계바늘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증여의 핵심 주체였던 70대 이상의 비중이 줄어든 반면, 50대와 60대 부모들이 전면에 나서며 증여 시점이 앞당겨지는 추세다.

 

16일 직방이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서울의 증여인 1773명 가운데 70대 이상은 43.0%를 기록했다.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으나, 지난 1월(49.3%)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에 6.3%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5060 세대다.

 

60대 증여인 비중은 전월 대비 4.0%포인트 상승한 32.8%, 50대는 2.8%포인트 높아진 16.2%를 각각 기록했다. 이들 두 세대의 합산 비중은 49.0%에 달해, 70대 이상의 비중을 훌쩍 앞질렀다. 서울 증여인 2명 중 1명은 고령층이 아닌 상대적으로 젊은 부모 세대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적인 흐름과 비교했을 때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달 전국 70대 이상의 증여 비중은 49.3%로 여전히 전체의 절반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전북(78.1%), 전남(55.9%), 경남(55.8%) 등 지방권에서는 70대 이상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서울에서 유독 ‘증여 조기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높은 집값과 강화된 대출 규제의 결합에서 찾을 수 있다. 자녀 세대가 스스로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부모가 은퇴 전후 시점에 자산을 미리 이전해 자녀의 주거 사다리를 보강해 주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의 환경 변화도 한몫했다. 다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커지고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규제 압박이 지속되면서, ‘버티기’보다는 ‘정리’를 택하는 부모가 늘어났다. 정책 환경이 변하기 전에 보유 자산을 미리 정리하거나 자산 이전 시점을 전략적으로 앞당겨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결국 서울의 높은 주거 비용과 복잡한 규제가 부모 세대의 자산 증여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나중에 물려주기보다 지금 도와주는 게 낫다”는 5060 세대의 실무적 판단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