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하는 SF 블록버스터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감독 필 로드·크리스토퍼 밀러)는 2015년 영화 ‘마션’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두 작품 모두 앤디 위어의 원작 소설을 드루 고더드가 각색했다. 우주에 고립된 남자가 과학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위기를 극복한다는 설정과 특유의 유머 코드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방향은 정반대다. ‘마션’이 전 지구가 힘을 모아 한 남자를 구하는 이야기라면, 이번 영화는 한 남자가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혼자가 아니다. 인류 절멸 위기를 막기 위해 우주로 나간 그는 외계 생명체와 친구가 되어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영화는 종(種)을 뛰어넘은 버디 무비로 전개된다.
◆우주에서 피어난 종간(種間) 우정
영화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그레이스 박사(라이언 고슬링)를 비추며 시작한다. 수년간 잠들었던 탓에 머리카락은 덥수룩하고, 기억은 사라졌다. 함께 탑승했던 두 승무원은 이미 사망한 상태. 그레이스는 자신이 지구에서 수 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기억을 되살리며 점차 자신의 정체와 임무를 파악한다. 과거 플래시백을 통해 그가 분자생물학 박사 출신 중학교 교사였으며, 인류 생존을 위한 우주 프로젝트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참여했음이 드러난다.
헤일메리 프로젝트의 배경은 이러하다. 외계 미생물 ‘아스트로파지’가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지구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인구 상당수가 절멸할 위기에 처한다. 아스트로파지가 행성계 곳곳을 갉아먹는 동안 오직 타우세티라는 별만 감염되지 않았고, 그 이유를 찾아 해결책을 지구로 보내는 것이 그레이스의 임무다. 프로젝트 이름은 미식축구에서 마지막 순간, 한 줄기 희망을 걸고 던지는 장거리 패스 ‘헤일메리 패스’에서 따왔다.
중반부, 그레이스는 돌처럼 단단한 몸을 지닌 거미 형태 외계 생명체 ‘로키’를 만난다. 인간과 로키의 종족은 같은 위협에 처했으며, 둘은 같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협력한다. 그레이스는 컴퓨터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어 언어 장벽도 빠르게 극복한다. 번역 프로그램을 통해 재생되는 로키의 독특한 말투는 큰 기쁨을 선사한다.
영화 중반 이후는 그레이스와 로키의 우정에 집중된다. 인간과 외계 생명체가 함께 과학적 난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 동력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E.T.)’를 우주 버디 무비로 확장한 꼴이다.
◆익숙하지만 즐거운 우주여행
영화는 관객이 수십 년간 익숙하게 보아온 우주 영화의 요소를 두루 섞어 놓았다. ‘마션’의 과학적 문제 해결법, ‘이티’의 종을 뛰어넘는 우정, ‘인터스텔라’의 인류 구원을 위한 우주 탐사 설정 등이 즉각 떠오른다. 익숙한 조합이지만, 영화의 진짜 중심은 이 모든 요소 위에 얹힌 유머러스한 분위기다.
2시간 30분 넘는 러닝타임 동안, 라이언 고슬링의 유머와 경쾌한 연기가 영화의 톤을 지배한다. 광활한 우주에서도 공포나 고립감은 부각되지 않고, 위기 해결 과정도 비교적 수월하게 전개된다. 대신 과학적 아이디어와 실험, 기술로 문제를 풀어가는 지적 재미가 영화 전반을 관통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총괄하는 냉철한 책임자 ‘에바 스트라트’ 역을 맡은 잔드라 휠러는 건조한 연기로 또 다른 방식의 유머를 더한다. 지구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관료인 스트라트는 우주비행 훈련 경험이 전무한 그레이스를 프로젝트에 던져넣은 장본인. 냉소적 미소와 강철 같은 의지, 효율성 위주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이 철의 여인이 노래방에서 해리 스타일스의 ‘사인 오브 더 타임스(Sign of the Times)’를 열창하는 장면은 영화에 뜻밖의 활기를 더한다.
이 영화의 세계관에서는 스트라트를 필두로 한 유능한 리더십이 국가를 초월해 작동하며, 각국 과학자가 손을 맞잡고 지구를 구하려 노력한다. 최근의 현실을 떠올리면, 이 설정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공상적이며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