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를 하는 20대 여성 A씨는 최근 단기간에 몸무게가 5∼6㎏ 불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식사량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살이 쉽사리 빠지지 않자 결국 ‘다이어트약’이라 불리는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다. 비만은 아니었으나 살이 찐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을 먹자 잠이 안 오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일주일 만에 약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기 쉽지 않아 식욕억제제를 먹었다”며 “부작용을 느낀 뒤 식단을 더 철저히 하고 시간을 내서 운동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 10명 중 6명이 A씨처럼 비만이 아닌데도 체중을 줄이기 위해 약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이어트약을 먹고 부작용이 생긴 비율도 약 73%에 달했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의약품 남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연구진은 2022∼2025년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만 19∼64세 성인 257명을 대상으로 사용 경험과 인식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9.5%가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는 이유로 ‘비만을 진단받지 않았으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어 ‘비만을 의사에게 진단받고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34.6%, ‘주위의 권유’가 8.9%, ‘고혈압?당뇨병 등을 의사에게 진단받고 치료하기 위해’라는 답이 8.6%, ‘호기심으로’ 3.9% 등의 순이었다.
비만이 아닌데도 식욕억제제를 섭취한 이유로는 ‘빠른 체중 감량이 가능해서’가 62.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식사 조절과 운동을 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31.4%였다.
대한비만학회는 체질량지수(BMI)가 27 또는 30 이상으로 비만인 사람에게 경구용 식욕억제제를 단기간 사용해야 한다고 진료 지침을 두고 있다. 다만 응답자 중 당시 BMI가 30 이상으로 고도비만 상태에서 식욕억제제를 처음 복용했다는 응답은 12.5%에 불과했다. 식욕억제제 복용 기간도 3개월 이하 복용이 45.9%, 3개월 초과∼1년 이하가 37.0%, 1년 초과가 17.1%였다. 과도한 식욕억제제 복용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응답자 73.5%는 식욕억제제 복용으로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부작용으로는 입마름(72%), 가슴 두근거림(68.8%), 불면증(66.7%) 등 순으로 많았다. 이 외에도 우울증(25.4%), 성격 변화(23.8%), 불안(22.8%)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복용을 중단한 뒤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 현상’을 겪었다는 응답도 53.4%나 됐다.
다이어트약은 중독 위험도 있다.
부작용을 겪고도 일정 기간 중단 후 다시 복용한 비율이 54.0%였다. 22.8%는 부작용을 겪고도 복용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약을 먹었다.
연구진은 “외모를 강조하고 상품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에 부합하려는 개인의 노력 등이 어우러져 의약품 오남용 인식과 실태로 연결되고 있다”며 “의약품 남용 예방·관리를 강화하고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의약품 남용에 대해 중재하는 기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