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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토킹 참변, 가해자 신속 분리 없인 비극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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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찬 40대 전과자가 20대 여성을 스토킹하다 끝내 여성을 거리에서 살해하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 여성은 숨지기 전까지 가해자의 스토킹 행위를 여러 번 신고했고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이었음에도 목숨을 잃었다. 허술한 스토킹 범죄 대응 시스템과 사법당국의 소극적 조치가 부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감시·처벌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성범죄 전력으로 법무부의 감시를 받던 A씨는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차량을 이용해 과거 사실혼관계였던 B씨에게 접근한 뒤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B씨는 경찰이 준 스마트워치를 눌러 구조요청을 했지만 공권력은 작동하지 않았다. B씨는 경찰에 여섯 차례 가정폭력과 스토킹 신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A씨가 B씨에게 접근하는 동안 경찰은 아무런 사전 조처도 하지 않았다. 전자발찌(법무부)와 스마트워치(경찰) 감독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 면책 이유가 될 수는 없다.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방지법’이 시행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시민이 느끼는 불안에 비하면 크게 미흡하다. 이번 사건에서도 전자발찌와 스마트워치는 범죄 예방에 무력했다. 접근금지 명령 등 잠정조치 위반으로 가해자들이 구속되는 사례는 3%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금도 대다수 스토킹 피해자는 불안에 떨고 있다. 가해자 인권보다 피해자 생명이 우선이라는 대원칙이 수사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스토킹은 ‘살인의 전조’라고 할 만큼 무서운 범죄다. 스토킹 범죄를 막으려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신속하게 격리하고, 가해자의 동선을 미리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경찰이 스토킹을 반복해 온 가해자를 격리했더라면 불행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가해자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는 건 물론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스마트워치 등 피해자 신변보호장치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스토킹처벌법도 ‘반복성’ 요건 대신 ‘위해 의도’와 ‘피해자의 불안 조성’ 중심으로 개정해야 한다. 법 집행 과정에서도 구금 등 강력한 잠정조치가 필요하고 법원 명령에 따르지 않는 가해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