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방산·우주사업 경쟁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을 매입했다. 우주항공·방산 분야에서 양사 협력을 강화하며 ‘발사-위성-데이터-서비스’로 이어지는 우주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16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및 자회사(에어로 USA)와 함께 KAI 지분 4.99%를 확보했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을 매입한 것은 2018년 한화에어로가 KAI 지분 5.99%를 전량 매각한 후 약 7년 만이다.
한화에어로는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뒤 사명을 한화테크윈으로 바꿨다가 다시 한화에어로로 재탄생시킨 기업으로, 삼성테크윈이 보유했던 KAI 주식을 당시 한화그룹이 처분했던 것이다.
한화 측의 지분 취득을 계기로 양사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지난달 ‘K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핵심 사업 공동 협력 협약’ 등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무인기 공동 개발·수출 추진과 국산 엔진 탑재 항공기 개발·공동 마케팅, 글로벌 상업 우주 시장 진출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화 관계자는 “KAI 지분 인수는 방산·우주항공 분야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사 간 중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항공우주사업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발사-위성-데이터’가 하나의 사업과 생태계로 돌아가는 ‘한국판 스페이스X’의 초석이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우주 탐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며 민간 우주산업을 선도해 왔다. 이르면 6월쯤 기업공개(IPO)가 진행될 스페이스X의 상장 추진은 국가 중심의 우주 개발에서 민간 혁신을 활용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이 우주산업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주를 확대하려면 ‘한국판 스페이스X’가 추진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해선 우주 사업 전반을 통합적으로 주도하며 반복 발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구조를 신속하게 만들어야 한다. 발사 빈도를 늘려야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축소하고 전후방 산업 생태계를 형성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와 KAI는 대부분 사업이 보완관계라는 점에서 협력 효과가 기대되는 최적의 조합으로 평가된다. 한화는 2021년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키며 ‘발사체(한화에어로)-위성 제조(한화시스템)-영상 판매’로 이어지는 우주사업 수직 계열화를 추진해 왔다.
KAI는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과 양산을 주도하며 핵심 부품 및 탑재체 기술 자립화에 성공했다. 정지궤도복합위성과 다목적실용위성 본체·시스템 개발 등 중대형급 위성 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 관계자는 “우주산업은 2040년 약 1조1000억달러(약 136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화의 우주발사체 기술에 KAI의 위성 개발·데이터 분석 역량을 결합하면 우주산업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발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